작년보다 2주 빨리 포접·산란 시작…도룡뇽 동행

국내 최초로 두꺼비의 생활사를 규명하는 패쇄회로 CCTV가 설치된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 13일 오전 성체 두꺼비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인근 욱수산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성체 두꺼비 100여 마리는 지난해 보다 2주 빨리 망월지로 내려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7㎜의 비가 내렸지만, 저녁까지 영상 10℃ 가깝게 유지될 정도로 포근했다. 밤이 되자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습도도 높았다.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주변에서 겨울잠을 자던 성체 두꺼비들이 최적의 날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2일 밤의 이야기다.

수성구청이 전국 최초로 망월지 두꺼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기 위해 지난 5일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 두꺼비가 포착된 건 오후 7시 20분께였다. 지난해에는 2월 27일 성체 두꺼비들이 포접과 산란을 위해 내려왔는데, 보름이나 빨리 망월지로 향한 것이다. 새벽 3시쯤 잠에서 깨어나 오후 6시 30분쯤에 망월지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오후 7시 29분부터 확인된 두꺼비들은 대부분 불광사와 인접한 야산에서 내려온 게 확인됐다. 불광사 뒤편 임도에서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가 확인됐다. 이날 하루에만 148마리가 산란을 위한 대이동에 나섰는데, 대부분 수컷이다. 망월지 주변으로 먼저 내려와 암컷을 기다렸다가 포접을 진행하고, 암컷은 망월지 물속에 1만여 개의 알을 낳고 돌아간다. 수컷 두꺼비들은 대가리를 빳빳하게 들고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암컷을 유인하기도 했다. 운이 좋았던 수컷 몇 마리는 암컷을 만나 포접에 성공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알에서 깬 올챙이들은 수중에서 60~70일 살면서 새끼 두꺼비로 성장한 뒤 5월 중순께 떼를 지어 서식지인 욱수산 등지로 되돌아간다. 이때에도 장관을 연출한다.
국내 최초로 두꺼비의 생활사를 규명하는 패쇄회로 CCTV가 설치된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 13일 오전 성체 두꺼비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인근 욱수산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성체 두꺼비 100여 마리는 지난해 보다 2주 빨리 망월지로 내려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생태영향조사 주관기관인 (주)엔에이피 김종현 대표는 “두꺼비의 70%는 욱수산, 30%는 불광사 인근 야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12일에는 욱수산에서 8마리만 내려왔기 때문에 조만간 욱수산에서 수백 마리가 망월지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일에는 148마리가 망월지로 내려왔고, 13일에는 오후 6시 현재 60여 마리가 더 이동했다. 23일 비가 내리면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국내 최초로 두꺼비의 생활사를 규명하는 패쇄회로 CCTV가 설치된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 13일 오전 성체 두꺼비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인근 욱수산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성체 두꺼비 100여 마리는 지난해 보다 2주 빨리 망월지로 내려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흥미로운 점은 이날 두꺼비 대이동에 도롱뇽도 동행했다는 점이다. 4마리 정도가 발견됐다. 망월지 주변에 서식하는 양서류 중에 두꺼비 외에도 도롱뇽이 겨울잠을 깨는 시기가 거의 유사한 것으로 확인돼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대표는 “1급수에 사는 환경 지표종인 도롱뇽이 망월지를 찾아 산란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는데, 망월지 일대가 매우 청정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농경지를 인위적으로 저수지로 만든 경우이지만 환경 지표종이 산란을 위해 찾은 이면에는 인근 식당에서 유입되는 음식물쓰레기 등을 차단하는 등 수질개선 노력이 결실 맺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권기하 수성구청 환경관리팀장은 “불광사 옆에 그물망을 설치해 두꺼비들이 CCTV 방향으로 이동한 후에 망월지 수중으로 들어가도록 해놓은 덕분에 암수구분과 생태특성 조사가 수월해졌다”며 “이동 경로 내 진입차량 통제, 로드킬 사고예방 활동 등 망월지 두꺼비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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