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는 의사의 치유 손길"

최용식 명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정비소에서 자동차 엔진 계통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 자리한 그의 사업장 2층은 인문학 교수의 서재와 같았다. 작은 책상과 의자 외에는 모두 책으로 둘러싸여 있어서다. 자동차 정비와 관련한 제목으로 빼곡한 책장 사이로 그의 이름이 저자명으로 새겨진 서적도 눈에 띄었다. 각종 표창장과 위촉장, 인증서는 그를 더 믿게 만들었다. 댐 건립으로 수몰된 초등학교 교정에 있던 종을 사무실 앞에 걸었다며 활짝 웃던 그는 어느새 대구시가 지역 최고의 숙련기술자에게만 허락하는 ‘달구벌 명인’ 인증서를 품에 안고 있었다. 입술을 앙다물었지만 눈가에서는 미소가 널리 퍼지는 묘한 매력을 지닌 그는 최용식(48) 자동차정비 분야 달구벌 명인이다. 그는 “책은 나의 길잡이고, 책을 보고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고 했다.

△ 자동차에 반한 시골소년.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한 시골소년 최용식은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 들녘을 누비면서 경운기와 기계 만지는 걸 유독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자동차를 처음 마주했는데,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심장이 쿵쿵거렸다. 아버지가 기름을 부었다. “자동차가 네 적성에 딱 맞을 것 같다. 앞으로 자동차가 급속도로 늘 게 뻔해서 자동차 정비기술을 잘 배우면 전문가가 될 거야”. 최용식 명인은 “어린 아들에게 제시한 아버지의 청사진은 지금도 제 인생의 ‘블루프린트’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골에서 인문계 고교를 졸업한 최 명인은 대학 진학 대신 자동차정비 직업훈련원에 입소했다. 마냥 자동차가 좋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정비기능사 2급 자격증을 우수한 성적으로 받아들고서야 본격적으로 자동차정비 분야에 입문할 수 있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다.

최 명인은 “직업훈련원에서 낮에는 기술 실무를 익히고 밤에는 이론 공부와 더불어 정비 지식을 쌓으면서 주경야독했다”며 “휴일에도 도서관에서 공부에 열중한 덕분에 정비기능사 2급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용식 자동차정비 명인이 자동차 관련 서적으로 빼곡한 자신의 연구실에서 자동차 정비사로서 사명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노력에 노력을 더하다

최용식 명인은 작은 체구 때문에 3급 예비역 판정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공군기술현역병을 택했다. 공군본부에서 군 장성들의 차량을 담당하는 정비사로 34개월 복무하면서 기술 공부를 했다. 늦깎이로 진학한 전문대학에서는 휴학을 거듭하면서도 노력한 결과 2010년 7월 각 시·도에서 선발된 자동차정비기능장들이 모여 엔진, 전기, 섀시 분야에서 경쟁하는 자동차정비기능경진대회에 대구 대표로 출전해 노동부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자동차 정비기능사 1급의 경지에 오른 그는 “노력하면 된다는 확신이 섰다”고 했다.

대한민국 올해의 최고기업인 대상을 비롯해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 표창,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인 선정,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선정, 직업능력의 달 국무총리 유공표창 등 수많은 곳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자동차 정비기능장이기도 한 최용식 명인은 국산과 수입차 전체에 대한 엔진, 전기, 섀시 분야의 데이터에 대한 진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후진양성과 기술전수를 위한 데이터도 겸비하고 있다. 30년 동안의 현장 중심 기술경험과 노하우, 10년에 걸친 대학 자동차과 겸임교수 활동, 11개 종목 80여 차례에 걸친 국가기술자격 감독위원 활동,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일·학습병행제도의 인정·실사·심사위원 활동, 교과서 개발,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및 선수지원을 하며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용식 자동차정비 명인인 대구시로부터 받은 달구벌 명인 인증서를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박영제 기자.

△명의가 되다.

훌륭한 의사와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해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하듯이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도 꼭 필요하다는 최용식 명인은 “현재의 자동차 시스템은 인간의 그것과 같아서 자동차 정비는 사람을 다루는 의사의 치유 손길과 같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그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시대에서 새로운 첨단시스템을 진단하는 기술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에 발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자동차를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 정비기술이야말로 중요한 분야가 됐다”며 “수소·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비 매뉴얼을 연구하고 있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술정보를 정비사들이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재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관련 특허와 디자인 등록 등 12건의 실적을 이뤘는데, 다수의 실적이 자동차 관련 업체와 제품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와 개발에 쓰이고 있다”며 “30년 동안의 정비 현장에서 개발한 특수공군 20건은 작업시간 단축과 작업환경 개선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용식 자동차정비 명인이 자신의 정비소에서 후배 직원에게 자동차 점검과 관련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나누고 또 나누다.

후학 양성과 기술 전수에 적극 나서는 최용식 명인은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봉사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봉사에 나섰는데, 국제로타리클럽 부회장 활동과 더불어 장애인 차량 정비지원,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인 전동휠체어 관리봉사, 불우청소년시설 시설유지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 법사랑 위원으로서 지역의 소외된 청소년과 결연을 하고 3년째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교정시설에 직접 방문해서 기술 습득을 통한 사회적응과 재범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명인’은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받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 숙련기술을 발판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능력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며 “책들로 빼곡한 정비소 2층 연구실에서 기술전수와 후진양성을 위한 공부를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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