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격렬하다. 공무원과 의료진, 그리고 시민이 함께 갑자기 들이닥친 전염병을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신천지 모임을 통해 대구·경북지방에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이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습이 쉽지 않다.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문제의 근원이 된 중국과 신천지의 공통점은 정보와 언론의 통제다. 당장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알려야 할 정보나 그것을 알리려는 사람들을 막으려다 일이 커졌다. 지금 우리나라에서처럼 매일매일 확진자의 수를 밝히고 그들의 동선을 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 해결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정보의 공개와 언론의 자유가 모두를 언제나 편안하게 하지는 않는다. 나날이 늘어나는 확진자 수의 보도와 그들의 동선을 알리는 알림 문자 자체가 스트레스다. 정부와 방역 당국의 입장에서는 확진자 공개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빌미로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공포를 조장하며, 확진자에 대한 혐오가 일어나는 것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요컨대 권위주의는 세상을 조용한 가운데 썩게 만들지만, 민주주의는 문제를 해결하되 소란함과 번잡함, 부산함을 동반한다.

문제는 소란함이 지나치면 그 유익을 상쇄하는 피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절제와 품위라는 덕목이 가미될 때 최상의 상태에 이른다. 지난 몇 주 동안의 고통은 그 덕목을 저버린 짓밟은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 때문에 가중되었다.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오히려 조장하고, 그것을 빌미로 누군가의 흠집을 잡아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모습은 가히 병적이다.

그중 가장 큰 분노를 일으키는 행태는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한 부질없는 평론이다. 오늘 일어난 일을 보니 어제 누군가 잘못했고, 자신은 그럴 줄 알았으니 예언자라는 것이다. 당국이 어제 무엇을 어떻게 했더라면, 누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식이다. 하지만 만약 어제 방역 당국이 강력한 방안으로 사태를 진정시켰다면, 큰일도 아닌데 공연한 호들갑을 떨어 경제와 외교를 망쳤다고 비판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가? 지나간 잘못을 함께 수습해도 모자랄 재난 상황에서 기자들은 저주에 가까운 제목 밑에 속이 뻔히 보이는 왜곡과 비아냥으로 기사를 쓰고, 정치인들은 대안도 없는 비난과 성토에 열중하고 있다.

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 예언하는 것처럼 쉽고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말이 없다. 책임 있는 사람은 대안을 제출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기 말에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 정말 걱정이 된다면, 왜 기자들은 전염병과 싸우는 동시에 매일매일 상황을 정확히 알리려 애쓰는 방역 당국의 수고와 대구에서 봉사를 자원한 수백 명 의사들의 미담보다 정치인의 말꼬리 잡기에 더 많은 지면을 쓰는가? 왜 정치인들은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말하다가 뒤에서는 선거용 막말로 총질만 해 대는가?

투명하고 자유로운 제도로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가 그 유익을 다 누리려면 말을 할 때와 멈출 때를 가리고, 경우에 맞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 언론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절이었다면 전염병도 조용히 돌았을 것이다. 하지만 억압이 없어 세상이 소란하다 하여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아무 소리나 내질러도 되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자유는 배려와 점잖음의 지혜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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