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라"

조일환 명지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연구지도를 하고 있다.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의 경쟁력이자 국력의 원천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는 핵심원천 기초과학 기술확보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는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 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과학이 나아갈 길을 묻고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주인공은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등학교 1기 졸업생인 조일환(42)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다.

조일환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이자 국가 발전 핵심기술인 반도체와 관련해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에 쓰이는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을 연구하며 또 제자를 교육하고 있다.

그는 구미산업단지에 위치한 구 금성반도체 (현 매그나칩반도체) 구미공장 공장장으로 재직한 부친의 구미 발령으로 어린 시절 상당 부분을 구미시에서 보내며 구미중을 졸업하고 경북과학고에 입학했다.

조일환 교수가 산학연 워크숍에 참석한 모습.

이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사, 서울대 전기컴퓨터 공학부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 BK 정보기술사업단 박사 후 연구원, 명지대 전자공학부 조교수·부교수를 거쳐 2017년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 추진위원이자 대한전자공학회 평생 회원이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 R&BD 전략수립 기획위원을 역임했다. 또한 명지대학교 학술상과 교육상, 한국산학연협회장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1문 1답이다.

△ 교수의 꿈을 꾸게 된 계기.

-어려서부터 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으며 경북과학고 재학 중 물리 분야에 큰 흥미를 느껴서 물리와 관련 깊은 전자공학을 선택하게 됐다. 과학고 시절 교내에서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였기에 그 당시에는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교수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박사과정 재학 중 서울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조교 활동을 하며 가르치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됐다.

특히 대한민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초석을 다지신 지도 교수이신 이종덕 교수님의 업적을 알아가면서 교수직을 꿈꾸며 도전하게 됐다.
 

조일환 명지대 교수가 UC Davis, Department of Electrical and Computer Engineering 교환교수 시절(2014.5~2015.1)왼쪽 앞에서 두번째.

△ 주요 연구 분야인‘벌크 핀셋’기술과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연구 분야에서는 인텔을 비롯한 세계적인 반도체 대기업에서 많은 지적재산권료 수입을 기록한 벌크 핀셋 기술을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이종호 교수 연구팀 일원으로 개발에 참여했다. 세계 최초로 50nm급 벌크핀펫 구조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 2003년 미국에서 개최된 ‘Device Research Conference’에 발표했는데, 2000년 이후 다수의 반도체 소자에 적용되고 있는 원천 소자기술로 기술 가치가 수십 조에 달하는 기술이다. 쉽게 설명하면 기존에 2차원 형태로 제작되던 반도체를 3차원 형태로 제작해 기존 방식으론 얻을 수 없었던 높은 성능을 갖게 하는 반도체 소자기술이다. 2008년 명지대 부임 후에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및 메모리 관련 국가과제들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차세대 메모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나노 반도체 소자 및 메모리 분야’만을 연구했던 것 같다. 해당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얻은 논문실적으로 2014년 명지대 학술상을 수상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산업계와의 산학협력 분야에서는 명지대에서 수행한 산학연협회의 연구마을 과제 기획 및 운영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018년 한국 산학연 협회장표창을 수상해 산학협력 분야에 기여한 것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 과학자를 꿈꾸는 이공계 후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부탁한다.

-이공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 중에 중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지만, 이공계인들이 그동안 세상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생각하면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이 큰 의미가 있고 그 자부심을 마음속에 간직하길 희망한다. 또한 어느 분야든 전공을 하고 직업을 갖다 보면 본인 선택에 의구심이 들 때가 올 수 있는데, 선택의 시기가 지나면 뒤돌아보지 말고 자신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고자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안정적 직장에 다들 매몰되고 있다. 맞는 현상인가.

-현재 국가 발전 근간이 되는 산업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조선업을 포함한 많은 분야서 경쟁국의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수 인재들이 산업계와 과학기술계를 등한시하고 안정적인 직장만을 추구할 경우,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적 위상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생각하면 이들에게 무작정 도전적이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분야로 진출하라고 조언하기는 어렵다 생각한다. 따라서 결국은 국가 발전에 토대가 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에 대한 보상 수준 및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 포항과 경북에는 풍부한 R&D 인프라가 있다. 어떻게 잘 활용해 과학 기술 발전을 꽃 피울 수 있을까.

-포항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포스텍을 비롯해 방사광 가속기가 구비 돼 있다. 저 또한 극한 환경의 반도체 소자 개발을 위해 방사광 가속기 활용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반도체 분야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구과학기술원(DGIST) 시설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의 우수한 연구 자원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선 해당 연구과제의 도출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일환 명지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연구지도를 하고 있다.

△ 학생을 가르칠 때 본인만의 교육 철학이 있다면.

-교수의 업무는 크게 연구·교육·행정으로 나뉘게 된다. 주변을 보면 연구 분야서 세계적인 업적을 이루신 분들도 계시고 교육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신 분들이 있는데 저는 교육과 행정 분야의 업적도 연구와 마찬가지로 ‘균형과 조화’를 이뤄가면서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17년 명지대 교육상(우수강의상)을 수상했고 지난해부터 연 10억 원 규모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TLO 사업의 명지대 사업단 단장을 맡으며 학생 취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각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방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도하는 학생들에게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라’고 조언해왔다. 학생을 가르칠 때는 무엇보다도 학생 눈높이를 맞춰서 설명하는 것에 주안점을 주고 있으며, 연구의 경우에도 대학원 과정을 졸업하는 학생이 본인의 SCIE급 논문업적을 제1저자로 갖고 졸업할 수 있도록 연구분야 배정 및 지도를 수행해왔다. 물론 이같이 진행하다가 겪게 되는 문제점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오늘날까지 삶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나 학업 이외에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조언으로는, 20대부터 체력관리에 힘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실력과 정신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기초 과학, 그리고 융합 과학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문화가 확대되면 좋겠다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다. 석사과정 시절 잠깐 관심을 가졌던 탄소나노튜브의 기술의 경우 우리나라는 몇 년 후 유행이 지나면 해당 분야 연구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외국의 경우 10년 넘게 연구비를 투자받아 다양한 결과를 내는 것을 학회에서 본 적이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후속연구 형태로 장기간 지원받는 과제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연구를 투자한 분야마다 대단한 성과를 얻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문화가 든든히 뿌리내린다면 원천기술과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 더 얻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인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서 큰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뜻 있는 연구자에게 적절한 예산을 오랫동안 투입하는 과제가 늘어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경북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터뷰를 계기로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경북과학고를 수료한 지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요즘 경북과학고를 다니고 있는 후배들을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는데,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지금, 모든분들이 이 시기를 건강하게 이겨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의미 있는 기획 기사를 마련해주신 경북일보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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