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쉰 명을 넘은 9일 주무부처 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또 망발을 늘어놓았다. 강경화 외무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도 국민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7300여 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방역에 구멍이 뚫려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 국민 앞에 하루 하루 사과하고 위로해도 모자랄 팔에 상황이 끝난 것처럼 가짜뉴스에 가까운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8일 오후 브리핑을 하면서 박 장관은 다섯 번째의 망발을 늘어 놓았다. “환자 수가 많은 것은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일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제조업 세계 5위 대한민국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전 국민이 줄을 서고, 마스크 배급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런데도 “메르스 때 보다 잘한다”, “곧 종식된다”, “세계적 표준이 될 방역 모델이다” 떠들어 대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문의들은 전혀 상황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의 (방역) 사례가 모범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추가 확진자가 점점 줄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지금의 이런 확진자 감소는 방역당국이 잘했다기 보다는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 가능한 부분”이라며 “대구와 경북에 계신 분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참아내고 견뎌낸 희생에 의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경북·대구에서 생활치료센터에 입실조차 못 하고 대기 중인 사람이 아직 2000여 명이 있고, 엄청나게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이어서 우리 방역체계에 대해서는 한 두 달 지나야 평가받을 내용이라는 했다.

아무리 선거가 가까워 왔기로서니 지금도 하루 하루 확진자가 늘고 있고,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는데 자화자찬을 늘어 놓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지난 6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는 우수한 검진 능력, 그리고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 성과를 일구어가는 시점”이라 했다. 하지만 세계 10대 교역국 중 9곳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하고 있고,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103곳이나 된다. 이런데도 ‘성과’라 운운하는 것은 후안무치다.

잘 해도 의료진이 잘 한 것이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화를 키운 정부가 잘한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환자와 유족을 더욱 분노케 하는 발언은 이제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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