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권역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정부가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지방은 감염병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수도권에 비해 전문 의료 부문의 극심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암이나 성인병이 발병하면 돈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장기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 병마와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시간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지역의 군소 병원들은 유능한 의료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것처럼 대구·경북 지역민이라는 이유로 병원 감염을 우려해 서울 경기의 일부 병원은 중환자까지 진료를 거부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실감한 지역 의료계와 경북일보가 주축이 돼 지난 2018년(4월 12일자 경북일보 1면·포항에 의과대-대학병원 설립하라)부터 포항에 동해안권의 거점병원이 될 의과대학·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포항보다 도시규모가 작은 경남 진주시(경상대학교병원)와 강원도 원주시(원주 연세대 세브란스 기독병원), 전북 익산시(원광대학교병원), 제주시(제주대학교병원) 등 4개 도시에 대학병원이 소재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인구가 포항(52만여 명)보다 훨씬 적다. 진주시(35만여 명), 원주시(34만여 명), 익산시(29만여 명), 제주시(49만여 명) 등이다.

포항은 감염병 전문 병원은 물론 암 질환 특화, 바이오산업이나 신약과 연계한 의과대학 설립의 최적지다. 포항은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식물백신기업지원시설 등 첨단 바이오 헬스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어서 영남권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연구 중심 의과대학 설립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의료 불균형 또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의료 자원의 지역 불균형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의 숫자만 비교해 봐도 서울은 인구 1000 명당 2.8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있는 데 비해 경북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서 인구 1000명 명당 1.3 명의 의사가 활동할 뿐이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현실에서 의료인의 균형 있는 배치를 바라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다.

의료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한다. 의료 인력이 모두 수도권으로만 몰려가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단순히 감염병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각종 암과 바이오신약 등을 연구 할 수 있는 의과대학과 지역 거점 병원을 설립해야 한다. 전국 광역도시에 42곳인 상급종합병원(20개 진료과목 이상)이 경북에는 하나도 없다. 포항이 감염병은 물론 지역 거점이 될 병원 설립의 최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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