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용지약사 언사안정(容止若思 言辭安定)이란 말은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한 번씩 읽어 보았을 천자문의 서른다섯 번째 구절입니다.

행동거지는 생각하는 듯이 하고, 말투는 조용하고 안정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얼굴은 그쳐서(행동거지) 생각하는 듯하고, 언사는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예기(禮記)’의 곡례에 “무불경 엄약사 안정사 안민재(毋不敬 儼若思 安定辭 安民哉)”의 자신과 모든 사물을 공경하고, 행동은 엄숙하여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하며, 말은 안정되고 일정하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편안해 한다는 말과 통하는 유가(儒家)들의 첫 번째 ‘행동 강령’입니다.

유가의 두 번째 행동 강령은 “오만한 마음을 기르면 안 되며, 욕심을 제멋대로 키워서도 안 된다.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만족을 얻으려 하면 안 되고, 만족을 느낄 만큼 즐거움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행동 강령은 “가까우면서도 공경하고 어려워하며, 사랑하면서도 나쁜 행동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미워하면서도 착한 행동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쌓아 두면서도 나누는 것을 알고, 편안한 곳에서는 편안함을 즐기지만 또한 떠나야 할 때는 마땅히 떠나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행동 강령은 “재물을 대할 때는 구차하게 얻고자 하지 말고, 어려움에 처할 때는 구차하게 피하려 하지 말며, 싸움이 벌어지면 이기고자 하지 말고, 물건을 나눌 때는 많이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행동 강령은 “의심나면 홀로 바로 결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을 굳게 간직할 뿐 그 의견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논어의 계씨편에도 군자가 늘 마음에 두어야 할 아홉 가지 생각(九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군자유구사 시사명 청사총 색사온 모사공 어사충 사은경 의사문 분사난 견득사의(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입니다.

볼 때는 밝게 볼 것, 들을 때는 똑똑히 들을 것, 얼굴빛은 온화하게, 몸가짐은 공손하게, 말은 진심이 담기게, 일할 때는 경건함을 생각하고, 의심날 때는 물을 것을 생각하고, 성낼 때는 겪게 될 어려움을 생각하고, 얻었을 때는 의로운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군자의 행동강령과 다르지 않습니다.

요사이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인사들, 대통령을 비롯해서 장관급 인사,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동거지나 언사가 국민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있어 군자의 행동강령을 들먹여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설치류가 이빨의 자람을 막기 위해 단단한 물건을 쏠듯이 모질게 씹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칭찬보다는 잘근잘근 씹는 일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알릴래오’보다 안 알려주어도 좋을 듯싶은 말을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하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을 관장하는 높은 분도 너그러워 보이는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허점이 많은 말인데도 빈틈없는 것처럼 야무지게 말하는 분도 있어 보입니다.

‘코로나19’에 대처하여 많이 걱정하고 고생하시면서도 낙관론이나 자화자찬의 말을 성급하게 하여 빈축을 사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집권당 인사든 야당 인사든 가릴 것 없이 말실수를 하는 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무슨 비례당이니 하는 것도 꼼수라고 엄청 헐뜯다가 우리도 하겠다고 나서는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남을 비판할 때는 굉장히 예리한 분들이 자신과 관계있는 일에는 아주 굼뜨거나 무관심한 것 같아 의아해질 때가 많습니다.

군자나 지도자가 취할 태도가 아닐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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