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19일부터 최근 한 달 간 3경 2000조 원 가까이 줄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7배 규모다.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총을 집계한 결과다.

같은 기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조사 대상 86개국 중 85곳이었다. 시총 감소 폭이 30% 이상인 국가가 40곳이나 된다. 한국 증시의 시총은 1조4062억 달러에서 8731억 달러로 37.9%(5천331억 달러) 줄어 감소율이 18번째였다. 아프리카의 말라위만 유일하게 증시가 상승(2.85%)했다.

이런 ‘휘발 증시’ 속에 국내에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주식 8조6277억 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4조7669억 원 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 1997년 11원 1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이 1981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을 때 개인은 4757억 원 어치를 사들여 증시를 떠받들었다. 그해 8월 700선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는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동남아시아로 외환위기가 번지면서 10월 말에는 400선까지 폭락했다. 당시 이들 개미들의 투자는 단기적으로 큰 낭패를 봤다. 하지만 2년 만에 주가지수 1000선이 회복돼 주요 우량주들은 4~5배까지 주가가 올랐다.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낸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IMF 당시처럼 주가 회복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 최근 2030세대 청년 개미투자들이 대출까지 받아 주식을 사 모은다는 소식이다. 마이너스 통장에 신용대출, 부모를 설득해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나선다니 위험천만이다. 이를 두고 젊은이들은 동학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 부른다.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미증유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마당에 여유 자금이 없는 젊은이들의 투자가 마치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 서는 ‘당랑거철’처럼 보이기도 해서 걱정이 앞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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