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스웨덴의 국왕인 ‘아돌프 구스타프’가 “조물주가 천지창조를 하면서 마지막 하루는 금강산의 비경을 빚는데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금강산.

장엄 웅대한 남성적 암석미와 빼어난 경관의 준봉들. 영롱한 다이아몬드 빛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들. 나는 아직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일만이천 봉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지 못했습니다. 말만 듣고, 사진만 보고, 글만 읽고 그 비경을 상상할 뿐입니다. 살아생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금강산의 최고봉은 높이 1638m의 비로봉입니다. 금강 만이천 봉의 최고봉인 비로봉의 머리는 설백색의 칼끝 같은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가 아니라, 아주 평평하고, 흙이 있고 풀 있는 하나의 평지인 봉우리. 두리뭉실한 봉두에 놓인 바위들. 가장 큰 바위로 ‘배바위’가 놓여 있다고 합니다.

만이천 봉이 기로써 다툴 적에 홀로 덕으로 높아진 비로봉이 만이천 봉 위에 군림한다고 합니다. 비로봉의 덕(德)을 이야기하고 싶어 가보지도 않은 금강산을 들먹였습니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금강산 만이천 봉보다 더 다양하게 뛰어난 인재들이 많습니다. 한류의 바람을 일으킨 연예인들, 스포츠 스타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 놀라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단한 분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긍지를 가지게 됩니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도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칼날같이 예리한 이들도 많아 보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날카롭게 파헤치는 언론인도 많습니다. 그런데 금강산의 비로봉처럼 평범해 보이면서도 우뚝한 인물. 약간은 우직해 보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인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송곳을 들고 다니면서 남의 약점을 콕콕 찌르는 사람들은 많은데 모두를 껴안고 어루만질 수 있는 덕을 갖춘 인물이 아쉽습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나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與)고, 야 (野)고 간에 설쳐대고 싶어 못 견디는 사람들, 한마디 해야 밥값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자주 보입니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쓸 만한 인재, 믿을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합니다. 재주 피우는 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곧 21대 총선이 다가옵니다. 여기저기 출사표를 던진 예비 후보들의 명함이 굴러다닙니다. 도토리 키 재기로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많은가 봅니다. 각 당의 공천이 막바지에 오면서 당 소속과 무소속으로 구분이 지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재미있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보따리를 들고 서울에서 밀양 찍고 양산 거쳐 대구로 가신 분도 보입니다.

한 분이 나대니 여기저기 함께 깨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무슨 전사라도 된다고 살아 돌아온다는 말을 함부로 합니다. 염라대왕 구경만 하고 오겠다고 합니다.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느 당에서는 비례 연동제만이 정의라고 끈질기게 주장해 놓고, 이제 와서 그 틀린 짓을 함께 하겠다고 합니다. 싸울 때 싸웠지만 틀린 것은 함께 해야 된다고 합니다. 참으로 끔찍한 우정인 것 같습니다.

만이천 봉 위에 우뚝 솟은 비로봉의 덕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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