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햇살 드리운 창가에 앉으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세상의 요란함과는 상관없는 듯 봄꽃은 곳곳에서 피어나는데, 모든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려준 ‘코로나19’가 마냥 미웁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로 인해 빼앗긴 봄의 일상을 되찾기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함성으로 가득 차 있을 학교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전국 초중고교 개학을 5주일 뒤로 밀어내고도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단위로 장기적인 휴업령을 내리기는 처음이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실시하고 있는 휴업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장의 권한으로 재해 등의 긴급사유 또는 급박한 사정 발생시 학교장 자체 판단하에 임시 휴업하고 관할청에 즉시 보고 하도록 되어 있고, 수업과 학생의 등교는 정지되며 교직원은 정상근무를 한다. 반면, 휴교는 교육감의 권한으로 단순관리 업무 외 학교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교원들도 출근하지 않으며, 별도 복무사항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지금은 전국적인 비상 상황이라 교육부장관이 세 차례에 걸친 휴업령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각급 학교의 기준 수업일수는 유치원이 180일, 초중고교는 190일 이상 하되 천재지변, 연구 및 자율학교 등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한 경우엔 기준 수업일수의 10% 범위 내에서 감축이 가능하므로 휴업이 4월 6일까지 이어진다면 25일의 결손이 생겨 결국 6일 정도만 방학에서 조정하면 되겠지만 더 연장이 될 경우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학교와 가정에서는 예방과 학습공백 상태의 최소화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휴업 중에는 저소득층 학생 급식 지원, 긴급 돌봄교실 확대, 담임교사와 소통 창구 운영, 온라인 학급망을 통한 학습 콘텐츠와 일일 학습방법 안내, 전자·스마트 도서관 이용 안내, 학교 방역과 학습 지원 점검 등에 힘쓰고, 개학을 대비해서는 가정과 수시 연락해 유증상 학생 등교 보류, 교실의 사회적 거리유지 불가에 따른 대책,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소독제 준비, 등교 시 발열 체크, 급식의 조리와 방법 등에 대비하면서 오랫동안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되 공감, 경청, 존중, 칭찬 등으로 정서적 거리는 더욱 가깝게 하여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전국에서 대구로 자원한 의료인들,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쏟아지는 손편지와 간식꾸러미, 답지하는 성금과 물품들, 고사리 손 들의 마스크 기부 등 이런 아름다운 것들이 그동안 찌들었던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다. 평화로운 일상이 우리 곁에 빨리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모든 일터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나는 이 봄이 또 다른 ‘春來不似春’이란 소리 듣는 걸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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