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모 대학 연구진 "모든 유전물질 소멸…바이러스 복제 억제"
중대본 "세포 수준 효과일 뿐 안전성 등 미입증 임상 적용 한계"

구충제 이버멕틴.연합
미국에서 개발한 이버멕틴(Ivermectin) 구충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효과가 있다고 호주 연구진이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방역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4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호주 모니쉬(Monash)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Biomedicine Discovery Institute)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가 세포 배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이 소멸했다는 실험 결과를 국제 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 미국 머크사와 일본 기타사토 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구충제 성분으로 이, 옴, 강변 실명증, 분선충증, 림프 사상충증 및 기타 기생충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특히 “세포 배양 실험을 통해 단 한 번 투여된 용량에도 24시간 후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RNA(DNA와 함께 유전정보의 전달에 관여하는 핵산의 일종)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고 48시간이 지나자 RNA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실험 결과인 만큼)코로나 19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버멕틴이 어떤 과정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약화한 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방역 당국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버멕틴은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람에게 투여해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용량과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식약처 양진영 차장은 호주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대해 “일반적으로 구충제의 경우 흡수율이 낮기에 치료제로 개발되려면 임상시험 등 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다만 “식약처도 (구충제의 코로나 19 치료제) 개발 현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현재 국내에서는 이버멕틴 성분이 함유된 구충제는 허가돼 있지 않고 한 개 품목이 수출용으로 허가돼 있다며 국내에서 구충제 이버맥틴 성분을 코로나 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며 임상시험을 신청하거나 개발 상담을 요청한 경우도 없다고 밝혔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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