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갑갑함 호소…부모, 자녀 미디어 사용 증가 고민
"성장기 우울·불안감 자아 정체성 혼란 낳아…조기 개입 절실"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포항시 낮 최고 기온이 28℃로 초여름 날씨를 보인 가운데 포항영일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우리나라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안과 걱정’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화·분노’를 보호자는 ‘우울·짜증’을 상대적으로 많이 느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청소년·보호자 체감도 조사 및 대응방안’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원이 지난달 10∼17일 9~24세 청소년 자녀를 둔 보호자 198명과 청소년 9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청소년과 보호자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청소년 59.8%, 보호자 82.8%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청소년은 짜증과 화·분노를, 보호자는 우울과 짜증을 높게 경험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경우 새로운 위험에 대한 ‘불안·걱정’과 외부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는 ‘짜증과 분노’, ‘우울’, ‘두려움’ 등의 감정이 다양하게 나타난 반면, 보호자는 감염병으로 인한 ‘불안·걱정’이 청소년보다 약 1.5배 높은 가운데 ‘우울’ 같은 내부로 향하는 부정적 감정이 높게 나타났다는 게 개발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청소년(28.1%)이 느끼는 화·분노의 감정은 보호자(14.7%)의 2배에 달했다.

청소년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관계단절’이 가장 힘들다고 호소했다.

응답 청소년 중 72%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힘든 점으로 꼽았고, 온라인 개학 실시(64.6%), 생활의 리듬이 깨짐(64.6%), 외출 자제로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갑갑함(62.2%) 등의 순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보호자는 자녀의 생활지도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미디어 사용 증가’(77.5%)와 ‘자녀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74.2%)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하지만 청소년과 보호자 모두 코로나 스트레스 대처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눔으로써 스트레스에 대처한다는 응답은 청소년 37.8%, 보호자 42.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청소년 중 26.8%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할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전문상담 서비스를 이용해 코로나에 대처한다는 응답은 청소년(9.7%)과 보호자(5.1%) 모두 극소수였다.

청소년과 보호자는 가장 필요한 것으로 ‘심리지원 서비스’를 꼽았다.

대다수 청소년은 ‘상담 혹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심리적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의 긍정적 관계 유지, 학습 및 진로 상담, 자신만의 생활 및 시간 관리 관련한 상담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보호자는 자녀 관련 상담 또는 교육(42%)과 생활지원 관련(48.9%) 도움을 청하는 비율이 높았다.

개발원 관계자는 “성장기 청소년의 우울·불안감은 낮은 자존감과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낳을 뿐만 아니라, 심각할 경우 성인기까지 불안·우울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개입이 절실하다”며 “청소년과 보호자의 부정적 감정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