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장기화…'나'에게 집중하는 개인화 시대 열었다

경상북도교육청의 화상회의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 운동이 장기화 하면서 사회 공동체 속의 개인화 시대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한 수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개인화 시대를 훌쩍 앞당긴 셈이다.

뜻밖에 앞당겨진 개인화 시대에 생활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앞서 경북일보가 기획 보도한 ‘코로나 19시대 우리의 자화상(경북일보 5월 7, 8일 6면)’의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 실현과 온라인을 통한 방구석 소통 문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구고등법원의 원격영상재판 모습.

실제로 안동에 사는 직장인 김 모(37) 씨는 코로나 19가 크게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재택근무를 했다. 평소라면 출근 뒤 팀원이 모여 일과를 공유하고 퇴근 전 회의를 통한 업무 보고를 했지만 재택근무 기간은 팀원 모두가 스마트폰을 통해 각자의 집이나 장소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김 씨는 “처음 며칠 간은 재택근무가 매출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 걱정됐지만 익숙해지니 회사 일과 집안일을 함께 돌볼 수 있어서 오히려 업무에 대한 의욕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시나브로 자리 잡은 개인화 시대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 초등학생을 둔 워킹맘인 대구의 여 모(42) 씨는 “최근 아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며 “온라인 개학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직접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린아이들이 보호자 지도 없이 홀로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만지는 시간이 늘어나 사회성을 기르지 못 할 까봐 큰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경북일고등학교의 온라인 수업 모습.

실제로 지난 3일 초록 우산 어린이 재단이 조사한 설문조사(경북일보 5월 4일 8면)에서도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이 전혀 없다는 비율이 56.3%로 코로나 19 사태 전 10.3%에 비해 46%p나 올랐고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리지 못해 불만이라는 스트레스 지수도 높게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 이미 1인 가족과 다문화 가족 등의 다양한 형태의 핵가족화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 코로나 19로 인한 급변한 개인화 시대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저출산 심화와 부모 봉양 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는 핵가족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준비되지 않은 개인화 시대가 더해지면 가족 해체에 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회 공동체 개념이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과 2015년 서울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등의 예를 들며 사회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 부적응자로 이어질 경우 우리 사회가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회공동체에 잘 융합될 수 있는 개인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기창 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은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격리된 생활을 이어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개인화 시대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의 경우 향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시험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개인화 시대가 사회공동체와 융합되려면 사회적 개념으로 볼 때 개인의 능력을 상호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공동체는 발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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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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