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4·15 총선에서 통합당은 궤멸 수준으로 참패했다. 전체 300석 중, 지역구에서 84석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획득했을 뿐이다. 지역구에서 영남권 당선인이 56명에 달하는 등 전국정당의 면모마저 박탈당했다. 무기력감에 빠져,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집행할 힘마저 상실한 듯 보인다. 먼저 통합당은 패배원인을 분석하여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 더하여 자신이 획득한 득표율을 분석하여, 국민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읽어내야 한다. 타협이라는 국회의 결정원리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획득한 의석 이상으로 자신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패배원인은 선거전략의 부재이다. 그들은 환경을 탓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 각국의 찬사를 받고 노하우 공유를 요청받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는 도중에 총선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을 패인으로 삼는 것은 스스로 무능을 증명하는 꼴이다. 선거에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개인기이다. 철저하게 현역 위주로 철저하게 지역밀착형 위주로 공천했다면, 이러한 참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무능을 회피하기 위해 막말 후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을 볼 때 앞으로 전개될 통합당의 운명이 가혹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법으로 보면 통합당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회법 제73조와 109조를 보면, 본회의는 헌법이나 국회법에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되어 있다. 통합당 계열이 획득한 의석이 과반수인 151석에 한참 못 미치는 103석이고, 민주당 계열이 과반을 훨씬 웃도는 180석 이상을 얻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속처리안건에 관여할 수 없고, 무제한 토론으로 법안표결을 막는 합법적 의사진행발언도 할 수 없다. 국회법 제85조에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안건을 결정하게 되어 있고, 국회법 제106조에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무제한 토론도 중지시킬 수 있기 때문에다.

통합당은 국민의 표심에서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전체 득표를 보면 민주당이 49.9%, 통합당이 41.5%였다. 비례대표 득표는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33.35%, 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33.84%였다. 지역구 득표율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불과 8.4% 앞섰으며, 정당 선호도를 나타내는 비례투표에서 통합당의 위성 정당이 민주당의 위성 정당에 오히려 0.49% 앞섰다. 소선거구제가 득표와 의석수의 불 비례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통합당은 득표율에서 위안으로 삼고 의정활동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더하여 민주당을 설득하여 통합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국회의 최초 결정은 타협이다.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으면 다수결로 간다. 의석 분포를 볼 때 표결로 가면 통합당은 백전백패이다. 타협은 양보할 범위를 정하는 과정이다. 제1 기준은 총선에서 획득한 의석수이며, 제2 기준은 국민의 현재 의사이고, 제3 기준은 타협에 임하는 정당의 능력이다. 통합당이 의석수에서 밀리기 때문에 득표율을 내세워 민주당을 설득해야 하며, 자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아지도록 해야 하고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한다. 무엇보다 과감하게 양보함으로써, 타협과정에서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 장외투쟁이나 국회 거부로 가면 통합당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통합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독재는 자동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계층과 지역의 민의는 잘 대변되지만, 통합당을 지지하는 지역과 계층은 그렇지 않게 된다.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민당의 장기집권이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독주가 질주로 바뀌면, 정당이 주인이 되고 국민이 하인이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자신은 선(善)이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권력의 달콤한 맛을 뿌리친 정치인이나 정당은 없었다. 통합당이 국민의 메시지를 읽지 못하면, 자당의 소멸은 물론 민주주의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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