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노동여건 하락 경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전 지역 사회가 신음하는 가운데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계약직 근로자들이 극심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계약직 근로자에게 연차사용을 권유하던 사측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무급휴직·휴가를 보내고, 경영난이 심각한 경우 해고와 권고사직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이다.

21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내용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가장 많이 접수된 코로나 19 피해사례는 무급휴직·휴가 강요다.

대구 한 학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학원 운영이 중단되면서 용역업체로부터 휴직을 지시받았으나 수당은 받지 못했다. 고용권(촉탁직)이 불안정해 사측에 임금조차 제대로 요구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난 3월 중순께 경영난을 이유로 기존에 지급되던 320만 원의 상여금을 전액 삭감당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무급휴가를 가겠다는 동의서도 강제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사직이라는 선택지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다.

20∼30명이 용역근로자인 60명 내외 규모의 한 사업장에서 무급휴가와 연차사용을 강제하는 사례와 지난 3월부터 무급휴가 중이던 근로자가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는 사례도 노동 단체에 접수됐다.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9일까지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던 C씨도 코로나19로 업무가 줄자 해고됐는데, 1년 계약을 맺었음에도 수습 기간에 해고를 당한 것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계약직 근로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민주노총은 지난달 2일부터 8일까지 전국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전 국민이 코로나19 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고용직,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 근로자들이 겪는 불평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37.3%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여건이 하락하는 경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연차·휴가 소진부터 무급휴직·휴업, 연장근무, 임금삭감, 권고사직, 해고, 폐업 가운데 1가지 이상 해당한다는 것이다. 연차휴가 소진이 17.3%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권고사직과 해고, 폐업 등 일자리를 잃은 사례도 무려 16.3%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우려되는 상황(복수응답)으로는 응답자 가운데 46.8%가 ‘경영악화로 회사가 문을 닫거나 장기간 무급휴업’을 선택했다.

동의 없이 노동여건이 변경되는 경험한 비율은 6.7%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원치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경우’가 23.7%로 집계됐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연차소진과 임금삭감 등 불이익을 겪은 사례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진행했던 이번 조사에서 특수고용직과 용역노동자,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계약직들의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한 전 사회적 운동과 함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캠페인과 노동조합 가입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지역 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30만1900명으로 전체 근로자 가운데 33.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 집계된 비정규직 근로자 수 27만5000명에서 2만6900명 늘어난 것으로 비정규직 비율 또한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북은 27만1600명에서 31만7200명으로 무려 4만5600명 늘었고,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30.5%에서 34.9%로 일 년 사이 4.4% 증가한 상황이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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