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미확인 환자수 증가세…전문가들 "현 상황 심각해" 우려

거리두기로 예배를 하고 있는 모습 경북일보DB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확산하는 데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무증상 확진자까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5월 마지막 주에 대규모 종교행사가 예고돼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먼저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봉행한다. 조계종은 지난달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4월 30일 예정했던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한 달 뒤인 이달 30일로 연기한 바 있다.

법요식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봉축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봉축메시지, 종정 예하 법어, 남북공동발원문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조계종은 27일 “정부 당국과 종단 방역지침에 따라 법요식 좌석을 1m 이상 간격을 두고 배치하고 최소 인원만 참석할 예정”이라며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 비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준수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개신교계는 코로나19로 제대로 열지 못해 현장 예배로 복귀한다는 뜻을 담은 ‘한국교회, 예배회복의 날’ 캠페인을 31일 진행할 예정이다. 개신교계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주도하는 이 캠페인에는 한교총 소속 교단 30곳 산하 교회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한교총은 애초 캠페인 목표로 교회별 ‘신도 80% 출석’을 제시했지만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등이 계속 나오면서 별도의 목표 없이 각 교회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날짜를 조정해 줄 것을 일선 교회에 요청했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0시부터 전날 0시까지 신고된 확진자 303명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는 23명으로 전체의 7.6%에 달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던 4월 22일~5월 6일 2주간은 종교 시설·실내 체육시설·유흥시설 등의 운영이 자제되면서 미확인 감염경로 확진자의 비율이 6.3%(확진자 112명 중 7명)였고 4월 29일~5월 13일 2주 동안은 4%(확진자 201명 중 8명)로 떨어졌다.

하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이달 6일부터 20일까지 2주간은 미확인 감염경로 확진자 비율이 6.3%(304명 중 19명)로 다시 늘어났고 이번 주를 포함한 최근 2주간의 비율은 7%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면 제1 감염원을 놓치게 돼 n차 전파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감염을 유발한다며 감염경로 미확인 환자 수 증가 추세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생활 속 거리두기 체계 전환 당시 기준이 ‘일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 5% 이내’였는데 이미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5%를 넘어섰고 27일 0시 기준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40명으로 늘었다”며 현 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최근 감염경로를 모르는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으려면 다시 경각심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2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서울, 경기, 인천에서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미분류 사례가 증가하는 양상이고 이에 따라 지역감염의 위험도도 증가한 상황”이라며 “위험도를 판단해보고, 통제 가능한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일부 유행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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