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의 ‘용궁부연록’은 ‘한생(韓生)’이란 사람이 용궁에 초대돼 겪는 용궁 여행 이야기다. 용궁부연록에서처럼 동양에서는 용이 임금을 상징하거나 육지와 바다를 모두 관장하는 신격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해안 지방에서 용은 바다를 관장하는 신으로 모신다. 정월 대보름이면 바닷가 마을에서 한 해 어로의 안녕을 비는 용왕제가 올려진다.

서양에서 바다를 지배하는 신은 포세이돈이다. 그리스신화의 포세이돈은 ‘트리덴트’를 들고 다닌다. ‘트리(tri)’는 ‘셋’이란 뜻이고 ‘덴트(dent)’는 ‘이빨’이라는 뜻으로 가지가 3개 달린 ‘삼지창’을 뜻한다. 신기하게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께 올려지는 동해안 풍어굿에서도 무당이 삼지창을 들고 등장한다.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신화를 읽다 보면 동서가 서로 통하는 부분도 있다.

삼지창 ‘트리덴트’를 든 포세이돈에게는 ‘트리톤’이란 아들이 있다. ‘트리덴트’와 ‘트리톤’이 또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트리톤’은 반인반수의 모습이다. 몸은 비늘로 덮여 있고, 얼굴에는 코가 있지만 귀 아래에 아가미가 달려 있다. 입이 크고, 몸에 발 대신 돌고래 꼬리 같은 것이 달렸다.

신화 속 ‘트리톤’은 포세이돈과 함께 바닷속 황금 궁전에 살면서 해마를 타고 다니며, 바다가 잔잔할 때는 물 위로 올라와 자신의 상징물인 소라고둥을 불어서 작은 물고기와 돌고래 등을 불러 같이 논다. 트리톤은 소라고둥을 불어 거친 파도를 잠재우기도 한다.

포스코가 지난 바다의 날(5월 31일)에 ‘트리톤’이라 명명한 인공 어초(魚礁) 100개와 블록 750개를 울릉도 남양리 앞 바다에 부려 놓았다. 바닷속에 용궁 같은 0.4㏊의 바다 숲을 만드는 사업이다. 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슬래그로 만든 ‘트리톤’은 다른 재료에 비해 칼슘·철 등 미네랄 함량이 높아서 해조류의 성장과 광합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해양식물과 퇴적물이 쌓이면 바다 밑에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 효과도 있다. ‘트리톤’ 용궁은 고기들이 알을 낳고 성장하는 궁전이 되는 셈이다. 울릉도 바다의 ‘트리톤’이 소라고둥을 불어 풍요의 바다가 되기를….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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