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산업별 대출금 1259조…직전 분기比 51조4000억 증가
운전자금 차지 비중 73% 달해…대기업 유동성 확보 등 주요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면서 자영업자와 기업 등의 올해 1분기 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피해를 빚으로 견뎠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전체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259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보다 51조4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 증가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대비 증가율은 10.4%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13.4%) 이후 가장 높았다.

서비스업(22조7000억원 →34조원) 및 제조업(1000억원 →14조8000억원)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대출금의 용도별로 보면 전체 증가액 51조4000억원 중 운전자금이 37조7000원을 차지해 각 기업과 개인들이 코로나19사태로 인한 피해 등에 대처하기 위해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별 대출금 현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제조업의 경우 1분기 전체 대출금 증가분 14조8000억원 중 운전자금이 13조4000억원에 달한 반면 시설자금은 1조5000억원에 그쳤다.

제조업종 대부분이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금보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등으로 기업운영자금 확보에 주력했다는 의미다.

서비스업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체 대출액 증가분 34조원 중 운전자금이 22조5000억원, 시설자금은 11조5000억원으로 약 70%가량을 운전자금으로 대출해 갔다.

건설업 역시 전체 대출금 증가분 1조4000억원 중 무려 1조2000억원이 운전자금 대출로 나타나 전체 개인과 기업들이 코로나19 피해를 빚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대출금이 크게 늘어난 데는 대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기존 개설해 둔 마이너스통장에 손을 댄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 은행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이 88조5074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8952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규대출보다는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 인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즉 그동안 회사채 등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하던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운영비 지출 등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기존에 약정해놨던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자금 여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와 금융기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실시, 기업의 자금 확보 노력 등으로 대출이 많이 증가했다”며 “제조업도 같은 이유로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대출 증가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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