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조 적자국채 발행…나라살림 적자비율 5% 돌파해 역대 최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예산실장,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연합
정부가 35조3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추경(28조4000억 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반세기 만이다.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제3회 추경안’을 확정하고 4일 국회에 제출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 내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1차 추경(11조7000억 원)과 2차 추경(12조2000억 원)에 이어 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패키지 규모는 약 270조 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정부추정치의 14%에 달한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추경 소요재원의 약 30%인 10조1000억 원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했고, 1조4000억 원은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8개 기금의 여유재원을 동원해 충당했다. 나머지 재원 23조8000억 원은 적자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35조3000억 원에 달하는 이번 추경안은 세출(歲出) 확대분 23조9000억 원,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歲入) 경정분 11조4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세입경정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경상 성장률 하락(3.8%→0.6%)과 세수 부족을 감안, 세수감소분 보전을 위해 11조4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세출확대분 23조9000억 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지원(5조 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9조4000억 원),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조7000억 원), K-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시스템 고도화(2조5000억 원)에 각각 투입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한국판 뉴딜’에는 5조1000억 원을 투입하면서 5년간 76조 원 투입을 위한 대장정을 개시한다.

세부적으로는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주력산업·기업에 대한 긴급유동성 공급을 위해 시행 중인 135조 원 규모의 금융안정지원 패키지 대책 중 한국은행과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53조 원을 제외한 82조 원의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할 재원을 5조 원 담았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보증기관 등에 대한 출자·출연·보증 방식으로 1조9300억 원을, 주력산업·기업에 대한 긴급유동성 42조 원 공급을 위해 3조1000억 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 고용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시행 중인 10조 원 규모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에 8조9000억 원을 투입한다.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등 55만 개+α의 직접일자리를 만드는데 3조6000억 원, 실업자에 대한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확대에 3조5000억 원을 쓴다.

무급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에 9,000억 원, 특수고용직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지원을 위해 신설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6,000억 원을 각각 투입한다.

하반기 소비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 10명 중 3명꼴인 1,600여만 명에 농수산물과 외식, 숙박, 공연, 영화, 관광 등 8대 분야에 할인소비쿠폰을 1,684억 원 어치를 지급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을 6조 원에서 9조 원으로 3조 원 확대하고 1조 원 가량의 올해 본예산 미발행분에도 1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3,177억 원 예산을 들인다.

가전제품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구매액의 10%를 30만 원 한도에서 환급해주는 ‘고효율 가전 환급’ 대상 품목에 의류건조기를 추가하고 관련 예산을 3,000억 원 늘린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0억 원을 들여 우리나라로 유턴기업에 대한 전용 보조금을 신설하고, 수출회복을 위해 수출기업에 긴급유동성을 공급하는 무역보험공사에 3,271억 원을 출연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 안전보강을 위해 5,525억 원을 투입한다.

방역산업 육성과 시스템 보강에도 나선다. 민간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돕기 위해 1,115억 원을 배정했다. 경영난을 겪는 의료기관 자금융자에 4,000억 원, 의료용보호구 772만 개와 인공호흡기 300대 등을 비축하기 위해 2,009억 원, 음압병상 120병상 확대에 300억 원을 각각 쓴다.

앞으로 5년간 76조 원을 쏟아부을 ‘한국판 뉴딜’에 대한 투자에 첫걸음을 뗀다.

디지털 뉴딜에 2조7000억 원, 그린뉴딜에 1조4000억 원, 고용 안전망 강화에 1조 원 등 연내 총 5조1000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 약 20만 개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고, 내용연수 초과 노트북 20만대를 교체한다.

보건소나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건강 취약계층이나 당뇨·고혈압 등 경증 만성질환자 8만 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이나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원격건강관리를 시작한다. 보건소에서 방문 건강관리를 받거나 요양 시설 등에 있는 노인 2만5000명에 대해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맥박·혈당·활동 등 돌봄도 개시한다.

중소기업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2,880억 원을 들여 8만 곳에 대해 원격근무 시스템 솔루션 이용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고 SOC 디지털화에 4,800억 원을 투입한다.

2,352억 원을 들여 노후화로 에너지효율이 떨어진 낡은 공공시설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에 착수한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1만 호와 어린이집 529곳, 보건소·의료기관·학교 612곳 등에 고효율 단열재를 설치하고, 환기 시스템을 보강해 에너지효율을 높인다.

3000억 원을 들여 산업단지와 주택, 건물, 농촌에 태양광발전시설 보급을 위한 융자 지원을 확대한다.

3차 추경 재원을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8000억 원의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서 재정 건전성 지표는 역대 최고로 악화한다.

2019년도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 원으로 100조 원 가까이 증가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1%에서 역대 최고인 43.5%로 급등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19년도 본예산 37조6000억 원에서 112조2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상승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게 된다.

적자 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등 세차례에 불과하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지만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서 단기간내 성장을 이끌어내고 건전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하지 않나 한다”면서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 당국도 상당히 경계하고 있고, 중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추경안의 국회 통과 시 3개월 안에 추경 예산의 75% 이상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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