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수영을 하다가 상어를 만나면 어떤 기분이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식인상어건 아니건 일단 놀라는 것이 정상이고 또 일단 피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형 상어 지느러미를 모자에 붙인 물놀이용 장난감으로 상어 지느러미만 물에 떠다니게 한 것을 보면 어떨까? 그것이 장난감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상어를 본 것과 똑같이 놀랄 것이다. 상어의 지느러미는 상어의 상징인 것이다. 지느러미를 보면 그것이 상어임을 직감하게 한다. 그것이 상징이다.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서 논의할 때 어떤 사람이 자기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우고도 90세까지 살았다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옳은 것일까? 사실이지만 그것은 예외적 사례일 뿐이다. 사실은 사실이다. 틀린 것이라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다. 우리는 사실과 진실을 혼동한다.

월성 원전 부지에 새로 건설되는 맥스터(MACStor)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월성에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4기의 원자로가 있다. 이 원자로는 중수로(重水爐)로 농축하지 않은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그래서 우라늄 농축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에는 적합한 원자로이다. 그러나 연료가 되는 우라늄-235의 함량이 낮다가 보니 물리적인 연료의 양이 많아진다. 당연히 사용후핵연료도 더 많이 배출한다. 물론 핵분열을 적게 하였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독성도 그만큼 낮다.

현안이 되는 문제는 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둘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원자력계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을 위한 부지 마련을 할 때마다 훼방꾼이 나타나서 지난 3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굴착조사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소 소내에 있는 저장조가 부족해진 것이다.

맥스터는 이른바 모듈형 공기냉각 저장시설(Modular Air Cooled Storage)의 약자로 원전부지내에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으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월성부지에는 1992년부터 캐니스터를 건설하여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왔고 2010년부터 지금 건설하고자 하는 것과 동일한 맥스터를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로 건설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맥스터 추가건설에 대해 경주지역은 산업부의 사용후핵연료 지역공론화 과정의 연장선으로 주민의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그런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울산 북구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하였고 반대의견이 많다는 뉴스가 해당지역에 대대적으로 뿌려진다. 상징과 선동의 냄새가 완연하다.

우선 울산 북구의 주민투표 결과는 주민투표법 의한 법률상 투표가 아니다. 산업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투표도 아니다. 그냥 임의단체가 주민투표위원회를 만들어서 실행해 본 결과일 뿐이다.

특히 울산 북구는 인접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법률(발주법)에서는 발전소 주변 5km 이내의 읍면동에 대하여 지원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울산 북구는 그 밖이다. 발주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접지들은 어느 분야에나 있다. 경계가 정해지면 그 바로 밖의 지역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범위를 넓히면 또 인접지역은 발생한다. 인접지역은 바로 옆 동네에서 받는 금전적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억울할 것이다. 그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해야 할 입장에서는 어느 선에서 한도를 그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당연한 일이다.

경주 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자연과학과 원자력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또 젊을수록 맥스터 건설에 찬성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런데 지역설명회는 무산시키고 맥스터를 핵쓰레기장으로 규정해놓고 주민에게 찬반 의견을 묻는다면 이건 방향성을 준 셈인 것이다.

울산시 전체가 아니라 북구라는 인접지를 대상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투표를 하니 반대의견이 강한 사람들만이 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표본집단도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이 결과를 가지고 울산 시민 전체의 의견이나 대한민국 국민의 의견이라고 우기거나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북구의견도 수용하라는 식의 주장은 무리하다. 장난감 상어 지느러미와 같은 경우인 것이다. 주민투표로 보이지만 실은 임의투표이고 표본집단이나 문안의 왜곡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결과를 언론에 내보내고 언론은 또 받아주고 지역의 이슈로 삼아주고 키워준다. 이것을 선동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가 보면 이 사회의 질서는 없어지고 뭘 해보려는 사람을 막아서는 사람만 큰소리를 치게 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