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밀접접촉자 176명 달해…당국, 고위험국 승선 검역 전환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A호(3천401t) 인근에서 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연합

부산 감천항에 입항해 하역작업을 하던 러시아 선원 17명이 집단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망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1일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 승선원 21명 중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같은 선사인 B호 선박에 있는 승선원 한 명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이 배에는 고열환자 등 유증상자가 3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에서 하역 작업을 했던 선장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나 배에 탑승하지 않았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선사 측은 입항 후 하루가 지난 22일, 이 같은 사실을 우리나라에 전달했다.

이들 모두 화물선이 정박한 뒤에도 배에서 내리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과 밀접접촉한 인원이 무려 176명에 달한다는 점.

접촉자 중에는 하역작업을 한 부산항운노조원을 비롯해 도선사와 화물검수사, 하역업체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특히 접촉자 중에는 수산물 품질관리원 소속의 공무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하선하지 않는 선원이었기 때문에 ‘전자 검역’이라는 간소화 절차를 밟았는데 기본적으로는 전자 검역을 실시하기 때문에 법과 절차에 문제는 없었다.

전자검역이란 전산으로 각종 서류 등을 검토하고 이상이 발생 할 경우 검역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승선 방역보다는 자체적인 신고에 의존하는 등 수동적인 측면이 많아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 누적 확진자 규모가 전 세계 3위로 치솟은 러시아 선박에 대한 검역 수준을 직접 배에 올라 검역을 진행하는 ‘승선검역’으로 높였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승선검역을 중국, 이란, 이탈리아만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바로 개선을 해서 고위험국 즉 (코로나19)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전자검역보다는 승선검역 위주로 검역을 강화하는 방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화물선발(發) 감염사태 관련 선원이 지역사회로 유입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시민들에 대해 검역소 측은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국립포항검역소 관계자는 “지난 2월 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약 5개월간 포항항 외부로 나간 외국 국적 승무원은 132명이며 약 30%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지역병원을 찾고 나머지는 귀국을 위해 부산·대구공항 등으로 이동했다”며 “이들 모두 선박 입출항 및 화물신고 대리업무를 맡은 선사 대리점 관계자와 함께 동행해 공항·병원 등 지정된 장소만 방문했다. 그 외 장소는 방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