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오늘은 아침부터 장맛비가 오니 차분하고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 매일 아침 신천 산책하러 다녔던 대봉교가 짠하다. 대봉교 위로는 김광석 노래길, 아래로는 가창 댐으로 가는 나의 보행 산책 코스다. 상동교 징검다리를 돌아오는데 빠르면 1시간 보통 1시간 반이면 새벽 운동 끝이다.

하늘열차 3호선 3량의 아담한 지상열차 대봉교 위 사장교각 아래를 통과하면 그림 같다. 눈부신 새벽 햇살이 강물에 반사되면 광(光)나는 전동차 환상적이다. 비가 내리면 김광석 노래 길에 눈길 간다. 고달픈 코로나 일상에 구성진 가락이 장맛비 맞으며 공중으로 달리는 낭만덩어리 전동차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 가고 파 진다.

인생 뭐 거창하고 별난 것 없다. 다 고만고만하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하며 쓴맛, 단맛, 매운맛, 신맛 보고, 맡고 산다. 서로 사랑과 시기, 질투, 경쟁의 틈바구니에 아등바등 부대끼며 사람냄새 풍기며 간다. 집 나서면 고생, 길에서 세월을 다 보낸다. 코로나 전에 일상의 이야기가 비가 오면 생각이 나서 적어 본다.

철도교통의 허브 대구역과 동대구 가는 지하철 1호선 자주 탔다. 동으로는 대구를 벗어난 경산영대, 서로는 성주경계 낙동강 길목까지 가는 지하철 2호선도 탔다. 상행선 칠곡행 하행선 수성못 용지행 지상철 하늘열차는 문경 드라마세트장 모노레일타는 기분 백배다.

노선버스도, 택시, 승용차도 탔다. 보행자 도로도 외우도록 걸었다. 어릴 때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생활로 젊어도 늙어도 똑같다. 내가 자란 고향 상주보다 눈과 비가 귀한 ‘고향대구’에 장맛비 내린다. 마음이 가라앉아 정처 없이 헤매며 걷는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떠나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로 시작되는 돌아가는 삼각지를 흥얼거리며 ‘비 내리는 영동교’까지 중얼대다 보면 건들 바위 근처 아파트를 나서서 ‘아니 벌써’ 비 내리는 대구의 미니 한강인 신천 비 내리는 대봉교다.

도심 산책길로 딱 인 성모당~ 명덕네거리~ 대봉교 인도 위로 잎이 넓고 무성한 양버즘나무 가로수 터널을 따라 고독을 씹으면서 동쪽으로 가면 대봉성당이다. 먹자도로를 건너 웨딩 거리에 보행 신호 받고 하늘열차가 다니는 ‘A’ 자형 사장교각 아래 대봉교 다리다.

물새들의 천국 신천, 물 따라 자연과 속삭이는 산책길에 형형색색의 우산을 들고 걷는 행렬 황홀하다. 대봉교에서 왼쪽으로 틀면 김광석 길 나온다. 떨어지는 빗줄기 리듬에 흐르는 신천가락 장단이 맞아 구성진 김광석 노래가 찌든 육신을 달래고 지친마음 녹인다.

장대같이 주룩주룩 대책 없이 내리는 비. 여름철에는 수영장이던 왼편 둔치에 대구시 중구편 전국노래자랑에 북적이던 때가 엊그제 같고, 오른쪽 둔치에는 어르신네 새벽마다 생활 체조하는 리듬이 환청으로 들리니 더욱 아늑하고 정겹다.

대봉교 동쪽 수성구는 금값 아파트, 서쪽 중구는 은값 아파트. 평준화 열쇠 거머쥔 낭만 추억의 복덩어리 대봉교! 코로나 물러가라며 김광석 노래길 가락 장단에 맞추는 장대같이 내리는 장맛비 함빡 적시며 코로나바이러스 씻어내는 대봉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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