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자유기고가

부산에서 출발하여 함경북도 온성군까지 이어지는 총 513.4㎞에 달하는 7번 국도는 남북분단의 장벽에 막혀 고성 통일전망대 입구에서 끝나버린다. 한쪽은 푸르고 광활한 동해바다가 흐르고, 또 한쪽은 태백산맥의 장대한 산줄기가 이어지는 7번 국도변은 수많은 미항(美港)들과 명승지로 가득하다. 바다가 보이는 7번 국도변은 모두 해맞이 명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역사적 공간들로 국가대표 ‘핫플레이스’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먼저, 7번 국도와 인근지역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삶이 투영된 지역이다.

천년고도 경주를 비롯하여 반구대암각화(울산), 냉수리신라비(포항), 봉평신라비(울진), 양동마을(경주), 오죽헌(강릉) 등 역사적 시·공간들이 만들어 낸 문화유산으로 가득하다.

두 번째로 7번 국도는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뤄 낸 현대사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피난민촌이었던 부산이 해양수도로,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포항과 울산이 글로벌 산업도시로 성장한 것과 근대산업 발상지로 평가받는 삼척의 존재는 동해안지역의 물동량수송을 맡고 있는 7번 국도의 위상을 드높인다.

마지막으로 7번 국도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정신과 그 역사적 의미를 함께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토벌대의 추격을 따돌리며 영덕에서부터 강원도 간성까지 항일운동을 전개한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유적지와 6.25 전쟁 때 포항에서 ‘피의 능선’을 지키고 장사상륙작전(영덕)에선 잊혀진 영웅이었던 어린 학도병들의 역사는 여전히 7번 국도와 함께 있다.

수많은 고속도로가 생기고 고속열차들이 전 국토를 횡단하고 있지만 여전히 7번 국도에는 많은 사람들과 물동량이 모여들고 거쳐 가는 곳이다. 사실 7번 국도는 아시아고속도로 제6호선(AH6)이기에 향후 유라시아 30여 개국을 잇는 통합물류망의 기종점으로 미래가 더욱 더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외국인의 국내여행과 내국인의 해외여행 불균형은 심각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수지가 적자는 아니겠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목소리와 관광업계의 비명소리는 날로 커져만 간다. 또한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갈 데 없는 여행 수요는 제주도의 특수를 가져왔고, 특히 부모님 세대의 신혼여행지였던 경주, 속초, 부산 등지를 최선호 신혼여행지로 부각시켰다.

이번 기회에 내수를 살리고 관광업계의 새로운 동력을 위해 7번국도 주변 명소들을 선으로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7번국도 종단여행상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7번 국도가 지나가는 도시들의 총 인구는 6백만명이 넘는다. 특히 영일만 횡단대교와 신라왕궁복원 사업 등이 조속히 완성되고 7번 국도 전체를 특색 있는 관광코스로 디자인한다면, ‘국가대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고 관광수지 흑자국이 되기 위한 그 도전을 7번 국도에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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