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뇌혈관 전문병원 마취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고령에 중증질환이 있거나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을 자주 보는 만큼 증가세를 체감한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은 의료환경에 따라 마취 전문의 없이 진정 마취나 전신 마취 등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취 관련 사고로 이어져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마취 전문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최신 기술로 전신 마취를 시행하는 병원이라면 과거보다 위험도가 극히 적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으면 되지만, 잘못된 정보로 전신마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과 오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마취의 종류에는 크게 전신마취, 부위마취 그리고 국소마취로 구분된다.

전신마취는 말 그대로 온몸을 마취하는 것으로 한 가지 이상의 마취약제를 이용해 의식 및 통각 등을 소실한 의학적으로 유도된 중추기능억제 상태를 말한다.

또 전신마취는 마취약제의 투약 경로에 따라 흡입마취, 정맥마취, 근주 마취, 직장 내 마취로 세분된다.

불과 20∼30년 전 과거에는 마취의 위험이 높아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는 마취약제와 수술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전반적인 전신 마취의 안전도가 크게 향상돼 고령 환자의 수술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신마취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마취하면 머리가 나빠지거나 기억력이 감소하나요?’다.

실제로 마취를 시행하기 위해 투여하는 흡입마취제나 전신마취제는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마취를 하고 나면 어지럽거나 마취 과정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 머리가 나빠지거나 기억력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긴 굉장히 어려운 만큼 정확한 답변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동물 실험에서 뇌의 발달 저하나 노인의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등의 보고는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어린 자녀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 학습 능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4살 이전에 전신마취를 받은 아이들이 지능발달이 낮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지만, 수술이 필요 없는 건강한 아이들과의 비교이기 때문에 마취 자체의 영향인지 수술과 관련한 다른 건강 상태의 영향 여부를 밝히기도 쉽지 않다.

아이에게 해당 시기에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은 굳이 마취를 논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치료나 수술을 하는데 마취 없이 공포와 고통을 감내하게 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은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불가피한 수술이라 마취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너무 고민하지 않길 바란다.

마취 전문의는 마취제를 가장 적합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사용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최근에는 마취 중 뇌파 감시를 통해 마취제 사용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전신마취를 ‘해롭고 불편하고 위험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안전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해 주길 기대해 본다. 물론 100% 안전한 것은 없지만, 최선의 마취를 시행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마취를 받는 가운데 부디 마취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 치료받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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