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기금 늘리고 투명한 운영할 것"

이달 초 제6대 대구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한 이승익 대표가 20일 오후 집무실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임기동안의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이승익 신임 대구문화재단 대표(58)가 선임됐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없지 않았다. 언론인 출신인 만큼 문화계와는 인연이 크게 없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인 이 대표는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가톨릭대에서 중국학 석사를, 계명대에서 중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TBC에 입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보도 이사 등을 지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비 문화계 출신으로 강점이 더 많다고 자신했다.

지난 20일 재단에서 이 대표를 만나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들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문화재단을 이끌게 됐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문화 분야도 취재했으며 수성 문화재단에서 4년간 이사로 근무했다. 국채보상기념사업회과 여성가족재단에서 이사로 활동하는 등 문화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51세 TBC 임원이 됐는데 언제나 물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했으며 지역 문화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3일 자로 취임했는데 첫날 취임식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직영 시설인 범어아트스트리트와 예술발전소 등 현장을 찾아 입주 작가들 만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항상 열려 있는 마음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재단을 운영하겠다.

△언론인 출신으로 강점은 무엇인가

-30년 이상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균형 감각과 소통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선임 과정에서 언론인들은 시대의 변화를 읽으며 꾸준히 노력할 수밖에 없고 변화 관리 능력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취재 현장에서 문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많았던 만큼 재단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면서 모든 장르의 예술인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문화재단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구 문화 정책의 손발이 돼 수행하는 기관으로 무게감이 적지 않다. 재단은 현장에서 예술인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시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만큼 역할이 크며 취임 이후 재단 활동에 대해 너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로서 보여주기 위해 찾아가는 예술 행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발급하는 예술활동증명이 있는데 예술인들의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것과 같다.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복지의 기초자료가 바로 예술활동증명이다. 전국에 8만 여명이 등록돼 있는데 대구는 2200명에 불과해 비율이 매우 낮다. 등록을 해야 예술인이 복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며 관리하는 기관단체로부터 정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령화된 예술인들은 제도를 알고도 힘들어 지원하지 않거나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재단에서 예술인 지원 센터를 만들어 센터를 중심으로 등록을 돕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해 1600명에서 올해 2200명으로 늘렸다. 앞으로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우선 일자리를 만드는 문화예술을 하겠으며 이를 위해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확대하려 한다. 산발적으로 있는데 조직 개편에 반영, 일원화시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인큐베이팅이 아무래도 창작의 영역인 예술 분야와 잘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스템화하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가령 예술 창업을 하려면 멘토링이 필요할 수 있으며 멘토 시스템이 갖춰지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 맞춤형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시스템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재단 자산을 늘리는 것도 급선무 중 하나다. 수도권은 500억 원이 넘는 곳이 있지만 현재 우리 재단은 217억 원 규모다. 대구의 도시 규모로 봐서는 조금 부족하다. 기업 메세나나 사회 기부운동, 결연 운동을 통해 늘려나갈 생각이다. 임기 내인 2023년까지 30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대구시 출연과 맞물려 다른 채널을 통해 늘리겠다는 것이다.

문화가 도시 경쟁력이고 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재단인 만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의 경우 일정액이 될 때까지 지자체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조례 등이 있다. 대구도 문화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협의를 통해 출연금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내부 문제 등으로 재단이 조금 시끄러웠다

-한동안 줄 세우기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전임 대표들이 어느 정도 해소했다. 내부적으로 사업 영역이 다양해 융화되지 못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일부 심사의 경우 특정 분야 인맥이 주로 봤다는 인식도 있었다. 전임 대표들이 많이 해결했는데 남아 있는 앙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단 구성할 때 인력 풀을 늘려 단위 사업마다 무작위로 구성하려 한다. 외부 다른 지역까지 포함한다면 그만큼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도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장을 둘러보니까 코로나로 예술가는 물론 시민들도 활기가 많이 떨어졌다. 외국인 작가 초청 등 대외 교류가 중단된 상태다. 다만 비대면 방식으로 문화를 통해 시민들을 치유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문화 쪽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정책과 조사 기능을 보강할 생각이다. 정책 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합쳐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코로나 이후 문화 예술인 지원 방안을 재단에서 먼저 설문조사 하는 등 능동적으로 움직이겠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시민들이 대구 문화를 많이 아껴주고 많이 소비해 주길 바란다. 대구는 종교·문학·문화시설 등 문화 자산이 많은 도시다. 문화를 많이 보고 즐기면서도 애정이 생기면 문화재단에서 하는 많은 사업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다. 시민들의 사랑, 참여가 대구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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