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장맛비에 약해진 지반·기습 폭우로 각종 사건·사고 잇따라
40여 일째 장마에 태풍 '장미' 상륙…산사태 등 풍수해 피해 우려

9일 오전 전남 곡성군 곡성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에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연합
40여 일간 이어진 장마로 인해 전국에서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는 지난 2011년 비 피해로 77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중부 지역에서 장마가 시작되면서 계속된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실종자는 12명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 36분께 인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의 한 선착장에서 승용차 1대가 바다에 추락해 탑승 중이던 운전자 1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56분께에는 강원 인제군 소양강 상류 내린천에서 익수사고가 발생해 수영 중이던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3일 경남 함양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목숨을 잃었고,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 지하차도 침수로 숨진 3명을 비롯해 울산·김포 등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

이달 들어 9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9일 만에 30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2011년 77명을 기록한 뒤 △2012년 2명 △2013년 4명 △2014년 2명 △2015년 0명 △2016년 1명 △2017년 7명 △2018년 2명 △2019년 1명 등 한 자릿수를 유지해왔으나 올해로 그 기록이 깨지고 말았다.

호우 피해가 커진 데에는 올해 장마가 이례적으로 길어진 가운데 계속되는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데다 최근 쏟아진 기습 폭우까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의 경우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며,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다.

올해는 6월 24일 이후 47일째 장마가 계속되면서 장마 기간과 종료 시기 모두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특히 8월 1일 이후 중부와 수도권, 남부 등을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약해진 지반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자 산사태와 제방 붕괴 등이 일어났고 이는 크나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게다가 정부의 늦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일 오후에서야 대응 수위를 최고 3단계로 높였다. 지난 1일 17명이 사망·실종됐고 8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후다.

또한 풍수해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은 3일 오후에야 발령됐다.

여기에 5호 태풍 ‘장미’가 남해안을 통해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년 장마 때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땅이 굳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쉬지 않고 내리면서 지반이 계속 약해졌다”며 “이 때문에 급경사지는 물론 얕은 야산에서도 토사가 쓸려 내려 주택을 덮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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