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2020년 7월 2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2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법무부와 검찰, 검찰 내부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라”는 당부의 말까지 덧붙였다. 주요 내용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구체화, 검찰인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이다. 다음날부터 법무부는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검토 및 추진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있다. 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협뿐만 아니라 진보를 대변하는 경실련과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도 반발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반발의 기류가 강력할까? 권고안이 실현되면 검찰청이 독립기관으로서 자격을 잃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정권에 예속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보(進步)가 아니라 반동(反動)이라는 의미이다.

먼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및 분산이다. 권고안에 현재 검찰총장에게 있는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고등검사장에게 이관하고, 고등검사장과 수사검사가 서면으로 의견을 교환하라고 나와 있다. 효과로 검찰 내부의 견제와 균형, 검찰총장의 선택-표적-과잉-별건 수사 개선 등을 적시했다. 권고안대로 실현되면 검찰총장은 일반수사지휘권만 행사한다. “철저하게 조사하라” “최선을 다하라” 등 일반수사지휘권은 구속력이 약하므로, 대검찰청은 존재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범죄사건은 고등검사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과 검사의 수사권이 수행하는데, 빈약하고 어설픈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수사검사의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대검찰청의 노련한 수사기법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법질서의 파괴와 국민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다음으로 법무부 장관의 권한 확대이다. 권고안에 법무부 장관이 서면으로 각 고등검사장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효과로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의 차단을 내세웠다. 효과가 현실이 되려면 법무부 장관이 선해야 하는데, 정권의 수장인 대통령에 종속된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가능성이 거의 없다. 법무부 장관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고등검사장을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고등검사장은 상급자의 지휘권도 지휘권이지만, 생존과 진급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게 된다. ‘검찰의 정권 시녀화’를 공식적으로 열어젖히는 것과 다름없다. 검찰이 선악이 아니라 힘을 기준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강자는 선(善), 약자는 악(惡)이 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검찰인사위원회의 강화이다. 권고안에 법무부 장관이 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정하고, 검찰총장은 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의견만 제시하게 되어 있다. 효과로 검사인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장관과 총장의 인사갈등 방지를 내세웠다. 민주적 통제는 검찰조직의 원활한 작동이다. 검찰총장의 운영원칙과 동떨어진 인사를 한다면, 검찰조직은 불협화음에 휩싸이게 된다. 장관과 총장의 인사갈등은 장관이 검찰청법 제34조 1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데서 비롯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에서 ‘들어’는 ‘대부분 수용하여’의 의미인데 단순하게 ‘듣고’로 본다는 의미다. 대검찰청을 기점으로 하는 통일적 검찰권을 해체하면, 범죄 수사는 건성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내용이 그대로 법제화되면, 수사지휘권을 상실한 대검찰청은 허수아비가 된다. 법무부 장관이 고등검사장을 지휘하여 범죄를 수사하게 된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좌지우지하게 된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직접적 종속기관이 되고 범죄 수사는 법무부 장관 →고등검사장→수사검사로 연결된다. 무식한 건지 꼼수를 쓰는 건지? 검찰청의 사실상 해체라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검찰 힘 빼기’라는 부분에 집중했다면 무식한 거다. 현 정권에 순응하지 않는 검찰조직을 길들이려는 목적이라면 꼼수다. 이러한 꼼수가 정권이 바뀌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에 이 또한 무식한 거다. 민주당 176석, 자식 정당인 열린민주당 3석, 친여 정당인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당 2석이 결합하면 법률 제정과 개정은 자동이다. 다만 결과에 대해 책임지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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