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포항지열발전소 시추작업 중 이수(泥水·수분을 머금은 진흙)가 대량 유실돼 지진이 발생했을 때, 2016년 1월 규모 2.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정밀조사를 벌여 2차 물 주입을 중단했어야 했다. 또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무조건 물 주입을 중단해야 했다. 이와 함께 규모가 적은 미소지진에 대한 분석이 부실해 단층대에 물을 주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고려대 이진한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을 피할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7년 11월 규모 5.3의 포항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냈다.

지열발전은 지하에 U자 모양으로 구멍을 내 고압의 물을 쏘아 넣고 지하 열에 의해 물이 데워져 증기가 발생하면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구조다. 물을 쏘아 넣는 구멍을 뚫는 과정에 땅에 자극이 가해질 뿐 아니라 많은 양의 진흙물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 이 과정에 주입된 물에 의해 압력이 퍼지면서 순차적으로 지진을 촉발한다. 이 같은 결과는 이강근 대한지질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이 단장으로 조사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연구단)’의 연구 분석 결과다. 정부 사업으로 추진한 지열발전소 건설이 포항 지진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단이 지난해 3월 포항지진이 지층에 고압의 물 주입으로 인해 촉발됐다는 공식 결론을 냈지만 지금까지 피해 지역민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항시민의 노력으로 포항지진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시행령에 피해 금액 배상 비율을 70%로 해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직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지진 촉발 현장이 훼손되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작업이 추진되고 있어서 시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 지열발전소는 사건이 일어난 범죄 현장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시추기 철거는 증거인멸 행위와 같다. 정부의 배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 포항시는 법률에 근거해 지표면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한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금지가처분신청 등 적극적인 현장 보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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