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북킹닷컴(booking.com)은 여행자들이 편리하게 숙박 예약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회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북킹닷컴의 주 수입원은 미국 여행자들이다. 1996년에 bookings.nl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회사는 여행사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숙박 예약을 하던 시절부터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행사와 전화 상담원의 시대가 저물며 북킹닷컴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이제는 누구나 아는 거대 여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북킹닷컴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매우 훌륭한 이름이다. 이름을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으며 이해하기도 쉽다. 하지만 너무 쉬운 이름 탓에 상표 등록에는 애를 먹고 있었다. 상표청에서 일반적인 용어를 이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등록을 시켜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표등록은 상표 소유자에게 해당 이름 사용 독점권을 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한 사람에게 소유권을 주지 않는다. 시계 업체가 ‘시계’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한다면 어떤 다른 시계 업체도 이 업체의 허가 없이 ‘시계’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기 때문에, 상표법은 일반적 단어의 상표 등록을 금지하는 것이다.

북킹닷컴의 경우 ‘예약’을 뜻하는 ‘북킹(Booking)’과 닷컴(.com)을 결합하여 상호를 만들었다. 상표청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 및 항공 ‘예약’ 서비스가 ‘예약’이라는 단어를 상호로 사용하는 것은 상표로 보호할 만큼 독특한 이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닷컴 또한 흔한 도메인 이름이기 때문에 북킹닷컴의 상표등록을 거절했다.

북킹닷컴은 이에 수긍하지 않고 연방 법원에 상표청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심은 북킹닷컴의 상호가 상표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상표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항소를 진행했으며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대법원은 8대 1로 북킹닷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예약을 뜻하는 ‘북킹(booking)’ 자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독창성이 떨어지며 닷컴(.com) 부분도 그 자체로 상표등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단어가 결합하여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칭하는 용어가 된다면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고 봤다. 소비자들이 이미 북킹닷컴을 특정 회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북킹닷컴에 상표권을 주는 것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보호하는 상표법의 목적에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소비자가 북킹닷컴이라는 브랜드를 보면 ‘편리한 예약 시스템’을 생각하기 때문에 북킹닷컴은 독특한 단어로 인정된다. 다수 의견 판결문을 작성한 긴스버스 대법관은 ‘소비자에게 일반 용어가 아니라면, 일반 용어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대의견을 낸 브라이어 대법관은 이 결정으로 좋은 이름을 일찍 차지한 대기업들이 상표권을 남용할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결정으로 호텔스닷컴(hotels.com), 와인닷컴(wine.com) 등 ‘닷컴’을 이용하여 상호를 만든 업체들의 상표 등록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는 일반 용어와 닷컴을 결합한 업체들의 경우, 주력 사업인 호텔예약업이나 와인판매업으로는 상표등록을 거절당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나 티셔츠 등 부차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상표 등록을 진행했다. 이 업체들이 주력 사업으로 상표등록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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