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코로나19 확산 상태가 심상치 않다.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8월 23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고, 2단계 강화 혹은 3단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3단계가 시행되면 사실상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중지되고, 서민경제부터 기업경제까지 단계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는 ‘광화문 집회’를 방역체계의 붕괴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이를 허용한 재판부와 집회 참가자에게 책임을 돌린다. 정부는 탈탈 털면서, 계속 위험 경고만 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땜질’식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인에서 처방이 나오는데, 정부의 잘못이 가려져 학습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광화문 집회’에서 시작된 감염 확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주최자와 참가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감염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서울행정법원이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와 ‘일파만파’가 제기한 ‘서울시의 옥외집회금지처분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에, 집회 관리는 서울시와 정부의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최단체가 명기한 100명 미만의 집회로 제한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도록 행정권을 사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는 집회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쁘다.

대통령은 ‘광화문 집회’의 주도세력인 사랑의 교회를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무총리는 서울행정법원이 8.15 집회를 허가해서 방역체계가 무너졌다고 단언한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도 서울행정법원 비난에 가세한다. 행정부는 입법부가 만든 법을 집행한다. 사법부의 결정을 판단하는 행위는 행정부의 영역이 아니다. 행정부의 월권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등,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을 속박할 수 있는 조직은 입법부밖에 없다. 통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원욱 의원이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행정소송법」 개정안 발의는 사법부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다.

‘광화문 집회’ 후 전국 교회에서 2차 감염이 진행되고, 여러 개신교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광화문 집회’ 일주일 만에 사랑의 교회 신도 명단을 확보하여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대통령은 ‘광화문 집회’ 12일 만에 청와대에서 개신교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때는 늦었다. 문제는 둘 다 선제적 예방이 가능했다는 데 있다. ‘광화문 집회’는 서울시와 정부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바람에 감염이 확산하였다. 8월 25일 국회 예결산위원회에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이 이를 증명한다. “광화문 집회는 근무 중 총리실에서 바라보았다.” 개신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방역상태를 살피고 감염 예방조치를 지속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책임을 특정인이나 단체에 전가해 놓은 상태에서, 추진 중인 정책이 잘못되면 그들이 모든 비난을 뒤집어쓴다. 정책이 성공하면 국민은 정부에 열광한다. 딱 거기까지다. 계속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뿐, 발전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비판을 무릅쓰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할 때, 학습효과가 나타난다. 어쨌든 정부는 무능했다. 예방이 가능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태가 악화한 이후 희생양을 만들면서, 감염 확산을 내세워 국민을 협박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결론의 시간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으면, ‘광화문 집회’ 참가자와 사랑의 교회를 비롯한 개신교가 독박을 쓰고 정부는 코로나19에 맞선 전사로 남는다. 확산이 멈추면 정부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역적과 영웅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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