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이승만박사는 73세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당선 된 후 12년간 재임하다 집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학생들의 의거로 하야했다. 그의 나이 85세 때다. 새삼 건국 대통령의 나이를 떠올리는 것은 요즘 여의도 정가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출마’의 불씨가 지펴지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공개적으로 김종인 대망론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80세다. 73세로 초대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의 이승만 보다 7살이 많다. 그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80세 노정객의 대망론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위원장 본인은 자신의 출마설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대선 출마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그의 표정은 밝아진다. 주변 인사들의 이야기다. 김 위원장의 대망론이 힘을 받는 이유는 지금까지 국민의힘 내부에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 없다는 것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대부분의 인물이 5% 미만의 붙박이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대권 후보로서의 존재감도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만큼 현실에 제대로 발을 들여 놓지도 못하고 보수 유권자들에게 희망 메시지 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 80세의 김 위원장이 광주 5·18 묘지 무릎 사과, 기본소득제등 발 빠른 행보에서 그의 정치력이 돋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주 당 지지율이 32.8%로 민주당과 0.9%포인트 차이로 좁아 지는 등 당초 우려와 달리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는 것도 운신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당에 대권 주자가 누가 있나”며 “지금 정치판에 대선 주자는 이낙연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4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당의 차기 대선 후보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당내에서 후보가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종전의 말을 뒤집었다. 김 위원장이 여당 대선 후보로 이 대표를 꼭 집어 말 한데는 정치적 원려(遠慮)를 계산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두 당 대표의 대망론이 실현 될 경우 김 위원장으로서는 출신지가 호남인 이 대표가 경북이 출신지인 이재명 경기지사 보다 상대적으로 경쟁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당선 인사차 최근 김 위원장을 방문했을 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것도 자신을 치겨 세워 준 데 대한 감사의 뜻도 포함됐을 수 있으나 현재로선 당내 대권 입지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이 대표의 이런 속내를 감안,최근 여권 대선 주자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이 대표와 첫 상견례에서 2차 재난 지원금 선별지급과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사실상 합의를 해 주었다.

또 앞으로 양당의 협치 가능성의 문도 활짝 열어 놓았다. 이에 화답하듯 이 대표가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동을 건의했다. 이재명 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이 대표에게 이런 협치를 보여 준 것은 두 사람 모두 절묘한 정치적 계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다.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기 야권 대선주자 경쟁자로 안 대표를 경계하는 듯한 그의 발언과 표정에서 ‘김종인 대망론’은 계속 정치권에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80대 노정객의 대선 무대 등장을 볼 여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의 노익장에 가을 하늘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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