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쓰레기 둥둥 떠다녀…40년 경력 어부 "이런 녹조는 처음"

선성수상길 입구에서 바라본 안동댐. 녹조현상이 매년 발생하는 지역이었지만 올해는 높은 수위에 녹조현상이 더욱 심해졌다.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탁한 녹색 바다였다.

‘녹차 라떼’를 비꼬아 표현한 ‘녹조 라떼’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바람이 불자 시종일관 녹색 파도는 출렁였고 과일 썩은 듯한 냄새도 코를 찔렀다.

지난 15일 찾아간 안동댐 상류지역 선상수상길 인근 풍경은 마치 죽은 도시의 썩은 물이 출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녹조 현상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물가로 내려간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1976년 완공 이래 현재 가장 높은 담수율을 보인다는 안동댐은 나무가 자란 윗부분까지 물이 차 녹색 물결이 나뭇가지를 적시고 있었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각종 부유물이 물가로 떠밀려와 플라스틱병과 부탄가스 통 등의 쓰레기들과 뒤엉켜 있었고 심각한 녹조 현상으로 수면은 마치 진한 ‘녹차 라떼’가 거품과 함께 일렁이는 듯했다.

안동 선성수상길 주변이 각종 부유물과 함께 심각한 녹조로 뒤덮혔다.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곳곳에 물고기가 죽어 떠오른 모습도 포착됐다. 반사적으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댐 중심부와 하류지역의 상태는 어떤지 관찰하기 위해 배를 물에 내리는 순간부터 발길이 멈칫했다. 심한 악취와 함께 녹조가 가득한 물에 발을 담그기가 꺼려져서였다.

높은 수위로 주진교의 다리가 짧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배가 안동댐의 물살을 가르자 녹색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우여곡절 끝에 배를 출발시키자 하얀 물보라 대신 녹색 부유물의 찌꺼기들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녹색 물을 가르며 어느덧 도착한 댐의 중심부 역시 녹조 현상을 피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쇠제비갈매기의 인공섬 인근은 더욱 짙은 녹조로 숨쉬기도 곤란할 정도였다. 각종 부유물과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면서 장마 시작 전 투명했던 수질과 확실히 비교된 모습을 보였다.

댐 중심부로 향하는 배에서 찍은 안동댐. 온통 녹색으로 변해 맑은 곳을 찾기 힘들었다.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어부들도 어선을 몰고 이리저리 다녀보지만 짙은 녹조 탓에 연신 한숨만 쉬어댔다.

그물을 정비하던 한 어부는 “여기서(안동댐) 40년 가까이 고기를 잡았지만 이렇게 수위가 높아진 적도 처음이고 중심부까지 녹조가 모두 뒤덮인 적도 거의 없었다”며 “당분간 물고기 잡는 일은 포기한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어부는 “엉망이 된 댐과 녹조 때문에 고기도 잡히지 않는데 말 걸지 말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동댐 하류 지역(수문인근)까지 온통 녹조로 뒤덮혔다. 심각한 곳은 과일 썩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환경과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이유로 최근 안동댐의 녹조 현상이 심각해진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해결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우선 안동댐의 녹조 현상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이유로는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녹조를 유발할 수 있는 영양염류와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인 성분 등이 비와 함께 다량 유입됐다”며 “여기에 장마가 끝나자마자 급격히 상승한 기온으로 수온도 함께 오르고 일조량도 풍부해 조류가 증식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댐 수문 방류로 상류에서 자주 발생하던 조류가 하류까지 물길을 타고 이어지면서 댐 전반으로 녹조가 확산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로 상류 지역을 중심으로 녹조의 주원인인 인 성분을 50% 절감시킬 수 있는 친환경 가축분 퇴비를 공급해 녹조 피해를 줄이고 단기적으로는 보트 운행 등을 늘려 녹조 발생을 억제하는 선박교란 방법 등을 통해 녹조 현상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동댐은 낙동강 상류지역 하천 부지의 공사로 인해 당분간 방류가 중지된 상황으로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는 공사 현장이 정리되는 데로 방류를 시작해 댐 수위를 정상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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