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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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가 존귀한 까닭은 단지 목소리만 들을 뿐 신하 가운데 누구도 천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폐하께서는 아직 젊으셔서 모든 일에 통달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궁궐에 편히 계시고 저와 법을 관장하는 신하들이 업무를 관장하도록 윤허해주십시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기원전 210년에 죽자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하고 어린 둘째 아들 호해를 황제 자리에 앉힌 뒤 이렇게 아뢰었다.

어리고 어리석은 호해는 그 말을 허락하고 궁궐 깊숙이 기거하며 신하를 만나지 않았다. 황제의 곁에는 늘 조고가 붙어서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다. 조고는 잘 알려진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며 “이것은 폐하께 올리는 말”이라 했다. 호해는 너무나 황당해서 대신들에게 “말이 맞느냐” 물었지만 조고의 위세에 눌린 대신들은 모두 말이라고 했다. 심지어 점치는 관리까지 불러 물어보았지만 “폐하께서 말이 사슴으로 보이는 것은 제사 지낼 때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제를 속이고 국가를 망하게 한 ‘지록위마’가 기원전 시대의 고사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력문제를 둘러싼 여당의 일부 의원들이 다수당의 당세를 등에 없고 조고 같은 언행을 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사슴)을 권력형 비리(말)로 둔갑시켰다”고 전혀 사리에 맡지 않게 이 지록위마 고사를 인용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추미애 아들은 ‘위국헌신군인본분’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고도 했다. 형해(形骸)의 행방도 찾을 수 없는 안중근 의사의 원혼이 구천에서 통곡할 일이다. 이들뿐 아니라 홍영표·설훈·정청래·윤건영 의원 등도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조고 같은 발언을 잇따라 내뱉으며 추 장관을 옹위하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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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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