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항병원 신경과 김해종 진료과장
김해종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진료과장

자고 일어난 뒤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한 49세 여성 환자가 119를 통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호소했고 메스꺼움과 구토를 반복했다.

가만히 누워있을 때는 증상이 나아지지만 돌아누우면 어지럼증이 반복됐다.

해당 병원 의사는 MRI와 혈액검사를 시행한 후 이상이 없다며, 외래로 내원할 것을 지시했다.

시간이 흐른 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자택으로 귀가한 환자는 다음 날 아침, 다시 시작된 어지럼증과 구토로 에스포항병원을 찾았다.

70대 후반의 한 남성환자는 이틀 동안 고개를 돌릴 때마다 구역질·구토·어지럼증을 겪다가 병원을 방문했다.

평소 다니던 한의원에서는 빈혈 진단이 내려졌다.

위 두 사례는 이석증 발생 시 아주 흔히 보는 경우다. 이석증의 정식 명칭은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증이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어지럼증이 동반되면서 구토, 소화불량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또 내이의 이석기관에 들어 있는 이석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나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세반고리관 안을 돌면서 돌발적인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환자는 주위가 매우 심하게 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겪기 때문에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감에 휩싸이지만, 생명을 위협하거나 장애를 남기는 질환은 아니므로 ‘양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치료를 통한 완치가 가능하다.

이석증의 원인은 다양하나 남자와 비교해 여자가 3배 정도 많은 유병률을 보이며,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노화나 충격에 의한 이석의 결합력 저하가 원인으로 보이며, 폐경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나 골다공증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질환이다.

이석증은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비디오안진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진의 유무와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비디오 안진검사에서 체위 변화에 따른 안진의 방향과 지속시간 등을 확인함으로써, 정확한 이석증의 진단과 치료 방법, 예후 등을 알 수 있으므로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경우, 필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

구역질과 구토를 동반하거나 어지럼증이 매우 심한 경우, 증상의 완화를 위해 전정 억제제 및 항구토제, 안정제 등을 투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치료될 수도 있지만, 회복 기간의 단축 및 증상 완화를 위해 유리된 이석을 세반고리관에서 제거하는 이석 정복술을 시행한다.

반고리관의 경우, 양측으로 세 가지 방향의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때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반복 치료 시 치료율은 70~90% 정도며, 약 20% 정도에서 1년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정복술 후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운동요법이나 체위 고정 등을 통해 치료를 지속하게 된다.

이석증은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극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하고 전문가가 아닌 경우,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어렵다.

어지럼증은 다양한 질환과 관련성이 있는 만큼 뇌졸중 등의 중추성 어지럼증과 유사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어 어지럼증이 발생했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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