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대구본부 취재부장.

중세 유럽 그리스도교 국가와 교회가 이단을 박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교재판을 내세워 이단자를 마녀로 규정했고, 악마의 주장을 따르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파괴한다는 명분으로 처단했다. 공동체의 희생양으로 지목된 마녀들에게서 악마적 마법을 썼다는 자백을 끌어냈다. 혹독한 고문을 통해서다. 나중에는 마녀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화형·참수·교수형의 엄벌을 가했다. 17세기까지 이어진 이른바 ‘마녀( 魔女)사냥’이다.

아들의 군 휴가 연장 특혜 의혹을 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엄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실체가 없는 의혹에 추 장관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마녀사냥’을 특정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에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교육과 병역은 국민의 역린이어서 예민하게 다뤄져야 하고 낮은 자세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가 친문 지지층의 십자포화를 받은 박용진 의원도 ‘마녀사냥’을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취임 2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정재현(국민의힘) 전 상주시의회 의장은 지난 10일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다수 시의원이 ‘마녀사냥’ 하듯 불신임 처리해 자신을 몰아냈다고 했다. 이틀 전 같은 당 소속 시의원 13명 중 10명이 의장 불신임 안건을 가결하고 안창수 시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당론을 어기고 다른 당과 짜고 전반기 의장에 이어 후반기 의장에 뽑혔다는 이유에서다.

웃기고도 슬픈(웃픈)일도 있었다. 불신임에 표를 던진 일부 의원이 정 전 의장 징계를 거론했다. 정 전 의장이 ‘마녀’로 취급해 발끈했단다. 정 전 의장은 “내가 마녀로 취급받았다는 뜻인데, 자신들을 마녀로 불렀다고 오해해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마녀사냥’이란 말과 주장이 난무한다. 뜻도 모르고 막 쓰기도 한다. ‘마녀사냥’이 정확하게 들어맞는지 가려야 하는 상황이 그야말로 ‘웃프’다.
 

배준수 대구본부 취재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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