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천국, 4387명 설문 조사…33.4% "귀성 여부 결정 못해"

8일 오후 전남 완도군 한 주택에서 군청 공무원이 주민과 자녀 간 영상통화를 도와주고 있다. 완도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명절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이동 멈춤 운동’을 펼치고 있다.연합
경주에 사는 황모(58)씨는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고향에 계신 집안 어르신들을 찾아봬야 할지 고민 중이다.

고향인 경산까지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지만 최근 경주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망설임이 커졌다.

황씨는 “타 지역에 살고 있는 형제들은 고향을 찾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혹시 나 하나 때문에’라는 생각에 참 고민이 많다”며 “엊그제 발생한 경주 확진자의 동선이 내가 사는 곳 인근이라 더 생각이 깊다”고 한탄했다.

귀성 문제가 가족 간 말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포항시민 A씨는 추석 때 충북 제천에 있는 고향 집에 모이는 여부를 놓고 형제들과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A씨가 올 연휴를 각자 가족들과 보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큰형에게 내면서부터다.

이번 추석은 어쩔 수 없다며 A씨의 의견에 동의하는 형제도 있었지만 모두가 동의하지 않아 결정되지 못한 채 수일째 시간만 흐르고 있다.

A씨는 “지금껏 어려운 집안 문제들을 잘 해결해왔었는데 올해는 정말 의견을 모으기 힘들다”며 “아무리 고향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다른 형제들이 사는 곳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다면 당연히 조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추석 연휴 때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귀성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많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개인 회원 43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1.3%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염려돼서(52.4%, 복수응답)’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아직 고향 방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33.4%나 됐다.

또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 연휴 계획과 예상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도 전체 직장인 중 30.8%의 응답자가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올 추석 명절에는 가급적 타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코로나19 환자 추세는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회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경로 미상 환자도 다수 나타나 추석 때까지 이를 완전히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올 추석은 가족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고향이나 친지 방문을 자제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017년부터 명절 연휴기간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고속도로도 정부의 ‘비대면 추석’ 권고 방침에 따라 올해 추석 연휴에는 정상 요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또 연휴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실내 식당에선 음식을 먹을 수 없고 포장만 허용되며, 휴게소를 이용할 때는 발열 체크와 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 지침도 준수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