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풍경과 할머니의 따뜻한 정 느낄 수 있는 마을

약목벽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즈음 예전 외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88한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이 예쁜벽화로 태어난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는 지금도 1990년대 거리풍경과 함께 무엇보다 손자를 걱정하는 할머니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9년 할머니들의 문해교육(文解敎育·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개봉됐다.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모티브로 그려진 벽화를 통해 방문객들이 위안과 사랑을 얻어 가고 있다.
 

벽화

△ 인생 여정을 새긴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는 201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실제 주인공인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곽두조(89)·김두선(87)·박금분(90)·박월선(90)·강금연(86)·이원순(81)·안윤선(81) 할머니의 시(詩)에 그림을 곁들여 제작됐다.

약목면 두만천 인근 200m 거리에 예쁜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진 ‘칠곡 가시나들 벽화’는 총 7구간으로 나눠 있다.

‘인생 참말로 고맙데이’이라는 메세지로 시작하는 1구간은 할머니들의 인생 여정을 담은 길로 인생 전체 메시지를 담았다.

약목

2구간은 손녀의 모습에서 어릴 적 시절을 떠올리는 소녀 구간을 그렸고, 3구간은 소녀에서 여자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엄마가 되고 자식을 걱정하고 기다리는 기다림 구간은 4구간에, 멀리 떠난 영감(할아버지지)을 회상하며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추억 구간은 5구간에 자리 잡고 있다. 6구간은 이제 장성한 자식이 오히려 엄마를 걱정하는 우리 엄마 구간으로 그려져 있다. 마지막 7구간은 할머니들의 재치있는 입담과 마을 곳곳에 숨겨진 할머니들의 그림을 찾아 동네를 돌아보게 하는 보물찾기 구간으로 돼 있다.

또 작가의 이름 뒤에는 Q코드가 붙어 있어 ‘칠곡 가시나들’ 할머니들의 일상과 공부하는 모습 등이 링크로 연결돼 할머니들의 생생한 일상 모습들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18세 때 성주에서 시집 온 곽두조 할머니에게 복성리는 삶의 안식처다.

친구도 있고 자식들 뒷바라지로 힘든 밭일을 하고 나면 같이 노래 부르는 휴식의 쉼터이자 젓갈도 같이 나눠 먹고 공동체 정서가 숨 쉬는 곳이다.

곽두조 할머니는 예전에는 나무를 많이 했으며 시어머니가 무척 잘해주었다고 회상했다.

주석희 배움학교 선생은 “할머니들이 예전 사이좋게 지내던 정서를 여전히 간직하고 유지하고 있어 보기가 좋다”며 “그때 부르시던 노래가 이젠 시가 됐고 벽화가 돼 젊은 세대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목에 사는 이재호 칠곡군의원은 “1980년대 소득 가꾸기 사업으로 탄생한 이 일대는 근대화거리다” 며 “앞으로 약목 5일장도 활성화하고 청년작가들도 빈 점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도시재생사업으로 근대화거리 선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칠곡군의원과 주석희 배움학교 선생이 약목면 복성리 벽화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세학 칠곡군의회 의장은 “예전부터 약목면 복성리는 정이 넘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여겨졌다”며 “인문학 도시 칠곡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언급했다.
 

약목벽화.

△ 약목면 복성리 찾아가는 성인 배움학교.

시와 그림이 있는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는 지난 2008년 칠곡교육문화회관 찾아가는 성인 문해교육사업에서 시작됐다.

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는 지난 2015년부터 문을 열었다.

이름조차 쓰지 못해 한이 쌓인 할머니들이 5년간 공부를 하며 쓰고 그린 그림들이 소복소복 담겨 있는 정성 담긴 공간이다.

할머니들은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사는 게 더 즐겁다”,“내 이름은 강금연, 내 이름을 자랑하고 싶다”라고 당당히 외쳤다.

이제 할머니들은 글을 모르는 무지렁이 시골할머니들이 아니고 시인이고 여배우가 됐다.

이름 석 자를 겨우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적이 일어 났던 것이다. 그녀들은 시인이 됐고 영화의 여주인공이 됐고 세상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할머니들의 행보는 유명한 시인이며 여배우답다.

여배우라 밖에 나갈 때는 눈썹도 그리고 화장도 하고 옷도 더 예쁘게 입고 싶어 한다. 누군가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는 맛을 느끼며 더 당당하게 더 멋지게 인생을 쓰고 싶어 한다.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은 벽화로 새로운 인생 이야기로 이어져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기록과 기적을 만나 보고 싶다면 칠곡군 약목으로 오길 바란다.

주석희 선생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옛날 모습을 잘 간직하고 이곳이 처음부터 좋았다”며 “지역민들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화 돼 약목골목 투어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성리

△ ‘신라때 대목현’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칠곡군 복성리는 약목면의 중심지로 동편에는 낙동강이 남쪽으로 흐르고 있다. 약목평야가 펼쳐져 있는데 경부선 철로가 남북으로 횡단하면서 동안리와 경계한다.

남으로 두만천이 동쪽으로 흐르면서 남계리와 대하며 서편으로는 비룡산이 우뚝 솟아 일명 필봉이라고도 한다.

가까이는 곤산과 수무산이 있어 아침으로 주민들의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복성리는 본래 명칭은 인동군 약목면인데 1914년 행정구역 개·폐합 때 지내동, 옥만, 현동과 내복동, 역동, 원동, 세덕동 일부와 북삼읍 노전동 일부를 병합해 복성동이라 해서 칠곡군 약목면에 편입되면서 본면의 중심지가 됐다.

약목면에는 2019년 12월 31일 기준 4781세대 1만358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벽화거리가 있는 복성2리에는 154세대 350여명이 살고 있다.

이종구 약목면장은 “약목은 신 라때 대목현(大木縣)이라 했으며 많은 문화재와 문화시설이 있다”며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박태정 기자 ahtyn@kyongbuk.com

칠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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