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업체마다 재활용품 '산더미'…쓰레기 판데믹 현실화되나

17일 아침 포항시 남구 호동 포항시재활용 선별장 야적장에 선별 압축된 형태의 플라스틱 더미가 정돈돼 쌓여 있다. 손석호 기자

17일 토요일 오전 8시 포항시 남구 호동 포항시재활용선별장.

포항시에서 매주 수·토요일에 수거하는 플라스틱, 유리병, 캔, 종이 등 재활용품이 이날 아침부터 선별장으로 취합됐다.

트럭에 실려 온 플라스틱 재활용품을 선별장 실내 공간에 쏟아내 1차로 선별 후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졌다. 이어 숙련된 13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매의 눈’으로 종류별로 플라스틱을 분류해 냈다.

포항시의 하루 평균 전체 재활용품 발생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는 평균 49t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1t으로 5%가량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부쩍 많아진 배달용 도시락 및 포장 등에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질인 PP(폴리프로필렌)는 무려 20%가량 늘었고, PET·PE 등 다른 주요 플라스틱 제품도 5~10% 반입이 증가했다.

17일 아침 포항시 남구 호동 포항시재활용 선별장 야적장에 아직 선별 처리 되지 않은 플라스틱이 톤백 자루에 담겨 쌓여 있다. 손석호 기자

재활용선별장 관계자는 “사설 고물상 등에도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돈이 안 되는 플라스틱 물량이 많이 늘어 선별장으로 무상으로 가져온다”며 “플라스틱 물량 반입이 늘어 올해는 예전에 하지 않던 국경일에도 문을 열고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패턴이 급변하면서 플라스틱 재질에 담은 배달 음식 주문이 늘고, 감염 우려로 1회 용 컵 등 사용이 급증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지난 2018년부터 중국이 폐비닐 등 플라스틱 해외 수입을 금지하면서, 경제성이 사라지자 고물상·수집 운반상 등이 매입을 포기해 매년 공공 재활용 시설로 플라스틱 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초 가동을 시작한 포항의 ‘고형폐기물연료(SRF)’시설로 폐플라스틱의 에너지화가 진행돼 그나마 처리를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렇듯 코로나19 사태와도 맞물려 크게 늘고 있는 재활용품을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설 및 작업환경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22억 원을 들여 ‘자원순환형 선별장 플랫폼 시스템’ 구축 추진이 그것이다.

대구 수성구생활자원회수센터 진입로와 앞마당에 쌓여 있는 폐기물 더미.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도 지난 15일 오후, 일과시간이 마무리돼 가는 시간이었지만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센터 건물 앞마당은 압축된 형태의 폐기물이 마치 컨테이너 박스처럼 쌓여 있다. 높이는 4~5m이었으며 폭은 10m가 넘어 보였다. 선별처리장 입구는 이날 수거 한 재활용품 폐기물 마대자루가 입구부터 쌓여 있었다.

마대자루가 파봉 시설에 들어가면 기계로 분류된 뒤 1차로 플라스틱 등 재활용 품목별로 작업자들의 선별작업이 이뤄졌다. 무게에 따라 2차 선별작업이 이뤄지는 등 몇 차례 선별 작업을 끝낸 뒤 재활용품으로 나눴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등의 사용이 늘면서 재활용품 폐기물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생활자원회수센터 진입로와 앞마당에 쌓여 있는 폐기물 더미.

수성구생활자원회수센터가 조사한 결과 올해 9월까지 수성구에서 발생한 재활용품 폐기물 발생량은 1만2789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557t보다 10.7% 증가한 수치다. 1년 단위로 1인당 연간 배출량으로 환산할 경우 36㎏에서 40㎏으로 늘었으며 세대 당 연간 배출량도 92.5㎏에서 100㎏으로 늘었다.

이상욱 센터총괄본부장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빠르게 재활용품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무게 단위의 통계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대부분 급증한 품목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인데 이들 폐기물의 경우 무게는 적지만 부피가 크다는 것이다. 부피를 고려할 경우 실제 작업 과정에서 고려되는 폐기물품 증가량은 20~30% 더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루 평균 폐기물 적정 처리수준을 넘어섰다.

이곳 센터는 하루 40여t을 처리할 수 있으나 코로나19 이후 55t으로 대폭 늘었다. 평소 26대의 운반차량이 새벽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거 작업을 하고 분류 작업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최근에는 폐기물 배출량이 크게 늘면서 차량 2대와 인원 4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코로나19는 폐기물 증가와 함께 처리 과정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별된 재활용품은 주로 중국과 제3 세계로 수출되는데 코로나19로 수출길이 원활하지 않다.

국내 시장은 이미 한계가 온 상황으로 수익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부피가 증가하면서 작업량은 늘었지만 단가 계산은 여전히 무게로 이뤄지는 것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석유 단가가 하락하면서 재활용보다 새로 만드는 비용이 싸진 것도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센터 앞에 쌓여 있는 폐기물 더미도 코로나19의 여파 중 하나다.

평소 같으면 이곳에 폐기물 더미가 쌓여 있지 않았다.

선별 작업을 통해 재활용은 불가능하지만, 불로 태울 수 있는 폐기물을 따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폐기물은 대구시 고형폐기물연료(SRF)시설로 이동, 열에너지로 활용되는 등 처리가 쉽게 이뤄졌다. 문제는 SRF시설이 지난 5월 7일부터 9월 1일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발생했다.독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교체 부품 공급이 코로나19 여파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설이 멈춘 것이다. SRF시설이 재가동되고 있지만 몇 달 동안 폐기물 처리가 되지 않아 센터 앞마당에 고스란히 쌓여 있으며 빠르게 처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상욱 총괄 본부장은 “자연 발생적 증가와 함께 코로나19로 재활용품 사용이 급증했다”며 “처리량과 처리 비용은 늘어난 반면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등 폐기물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플라스틱 등 재활용폐기물 처리 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도 제기됐다.

이명수 의원(국민의힘·아산시갑)은 지난 15일 실시한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종이,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는데 재활용률은 감소하고 있어 서울시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배달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전후로 품목별 재활용 폐기물 발생 현황을 보면, 종이류가 올해 일 평균 889t이 발생해 지난해 687t 대비 29.3% 증가했다. 비닐류는 951t으로 2019년 586t 대비 11.1% 증가, 플라스틱류는 848t 발생해 지난해 734톤 대비 15.6% 증가했다.

재활용 폐기물의 재활용률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현재, 재활용률이 39%로 2018년 46%, 2019년 45%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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