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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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들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옵티머스 사건’은 쉽게 말하면 자산운용사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사건이다. 최근 옵티머스 사건 관련자들의 로비 의혹이 정·관계로 번지면서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투자자들로부터 5500억 원의 거금을 투자 받아 고스란히 날렸다. 이들은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안정적인 공기업에 투자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투자금 대부분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산운용사 이름 ‘옵티머스’는 라틴어로 ‘가장 좋은’, ‘최고의’라는 뜻의 ‘옵티무스(optimus)’에서 따왔다. ‘최고의 실적을 낼 자산운용사’라는 허울을 내 걸고 사기를 친 것이다.

이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 돈을 빼돌리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이름에는 ‘셉틸리언’이 등장한다. 라틴어 ‘셉틸리언(septillion)’은 10의 24승으로 1 뒤에 ‘0’이 무려 24개나 붙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셉틸리언은 일반적으로 큰 수로 알려진 ‘아보가드로 상수(常數)’보다도 더 크다.

‘아보가드로의 상수’는 물질 1몰(mole)에 들어 있는 입자의 갯수다. 1909년 물리학자 페렝이 브라운 운동 실험으로 구한 것으로 ‘6.022×10의 23승’이다. 페렝은 이 수에 그가 존경하는 선배 학자 아보가드로의 이름을 붙였다. 1조 뒤에 오는 1경이 10의 16승, 그다음 1해가 10의 20승인 점을 감안하면 ‘아보가드로 상수’는 엄청나게 큰 수다. 하지만 ‘셉틸리언’은 이보다도 더 큰 수다. 사기꾼들의 끝없는 욕망을 상징한다. ‘옵티머스’라는 허울을 쓰고 ‘셉틸리언’의 꿈을 꾸는 펀드 사기꾼들이 판치고 있다. ‘셉틸리언’은 한탕 사기로 세상 돈을 다 긁어모으겠다는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이름이다. ‘셉틸리언, 10의 24승’을 ‘인간 욕망의 상수’라 명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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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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