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상인에 사용료·합의금 요구…"권리 보호 방안 마련 필요"

김정재 국회의원(국민의힘·포항북)
김정재 국회의원(국민의힘·포항북)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인 상호를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한 뒤 타인에게 팔거나 합의금 또는 사용료를 요구하는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 의심자 수’가 6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출원한 상표는 모두 2만3천802건으로, 1인당 평균 355건에 이른다.

특허청에 따르면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란 타인이 사용 중인 상호를 상표로 선점한 뒤 팔거나 합의금 또는 사용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해외 유명상표를 모방해 국내 출원·등록하는 행위, TV 프로그램이나 연예 그룹 명칭을 선점하는 행위 등이 있다.

특허청에서 제출한 사례를 살펴보면 A씨는 일본 유명상표를 모방해 국내에 다수의 상표를 출원한 후 병행수입업자가 나타나면 협박해 합의금을 받았다.

합의금 액수로 많게는 6천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B씨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지난 2007년 데뷔한 직후 2000여개 상품을 출연해 구설에 올랐다.

방송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유명해지자 어김없이 상표권 신청이 특허청으로 쇄도했으며,펭수도 제 3자가 먼저 상표를 출원했다가 지탄을 받자 출원을 취하하기도 했다.

국내외 유명상표를 교묘히 모방해 출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루이뷔똥 직물지 무늬’‘카카오톡’‘에르메스 생수’‘쇼핑물닷컴’‘다음카카오’와 같이 기존 상표나 기존 상표를 약간씩 변형해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였다.

식당과 호프집 등 지역 영세 상인이 사용하는 미등록 상호를 출원해 사용료를 내라며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현행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따르기에 먼저 출원한 사람이 등록받을 수 있다.

상표법 제99조(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에 따라 타인의 등록상표 출원일보다 먼저 사용함을 밝히면 선사용권자로서 상호 등을 계속 사용할 권리를 지킬 수 있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상표 선사용을 증명하기 어려워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재 의원은 “제도를 악용해 소상공인의 소중한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허청은 악의적인 상표 출원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소상공인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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