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올초 서울지역 한 교사가 학교폭력서클인 일진회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양심선언을 했을 당시 교육계와 경찰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일진회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보이지 않던 실체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경찰은 지난 2월 뒤늦게 수사에 들어간 데 이어 4월 한달동안 자진신고 및 해체를 유도하고 나섰다.

그런데 경찰이 전국 동시다발로 일진회 수사에 나서자 말자 곳곳에서 해체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기자는 뭔가가 잘못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본다.

우리 경찰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정부가 각종 폭력조직 해체를 위해 추진했던 노력에 견주어 볼 때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라는 정보망을 통해 전국이 하나가 되다시피하는 학교폭력서클이 그처럼 손쉽게 해체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80년초 5공정권이 폭력조직을 비롯한 각종 범죄집단 와해를 위해 소위 ‘삼청교육대’를 추진했었고, 노태우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이후 경찰은 매년 강력범죄소탕기간을 정해 각종 범죄의 원천봉쇄를 꾀해 왔다.

하지만 이들 폭력 또는 범죄조직들은 단속의 손길이 느슨해지기만 하면 잡초처럼 되살아났으며, 지금도 전국에 곳곳에는 이들 조직들이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일진회 회원들중 상당수는 학교졸업 또는 중퇴를 할 경우 곧바로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이미 상당수 학교폭력서클이 성인폭력조직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자 말자 일진회가 해체됐다며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찰이 그 정도로 손쉽게 조직을 해체할 수 있을 만큼 일진회를 잘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적발표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경찰의 주장대로 지역별 일진회가 해체됐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또다른 조직의 출발선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기자는 기왕에 시작된 일이라면 임기응변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방안마련이 절실하다.

즉 지금 경찰의 강력한 단속의지에 의해 일시적으로 조직이 와해될 수 있겠지만 이들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또다른 조직이 탄생할 것은 불문가지의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학교폭력문제가 비단 경찰과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대적 변화에 따른 산물중 하나인 만큼 국가와 사회 전체가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만이 오늘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사회적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고 해서 실적발표에만 급급하기 전에 교육계는 물론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 효과적인 대안마련에 나서야 할 때임을 자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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