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도적 도발 의심할만한 상황"·정진석 "전두환때도 이렇게 안 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예산안 시정연설 사전환담에 참석하려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으로부터 신체 수색 시도를 받은 것에 대해 박병석 국회의장을 항의 면담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은 28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청와대 경호원들로부터 신원 확인과 몸수색을 당해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사전 환담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환담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입구에서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해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본관 3층) 의장실 옆 면담장 앞에서 신체 수색을 당했다”며 “(경호처가) 물어봐서 주호영 원내대표라고 했는데 바로 강압적 신체 수색을 시작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전례가 없다”고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 정권이 모든 분야에서 일방통행을 하고 국민과 거리를 두지만, 야당 원내대표까지 이렇게 수색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참으로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장 접견실에 입장할 때 경호원들이 다가와 야당 원내대표라고 밝혔으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몸 전체를 수색하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전에 곤란한 질문을 드렸고, 그 자리에서도 곤란한 발언을 할까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의장, 당 대표와 티타임을 할 때 수색을 하고 제지한 전례가 없다”며 “전두환 대통령 때도 이렇게 안 했다”고 성토했다.

의원들도 의총에서 “국회는 우리 집이고 우리가 집주인인데”(하태경), “그러니까 대통령을 수색해야 한다”(김정재), “국회가 청와대 출장소다”(이양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경호처 측은 “현장 직원들의 실수였다”고 사과했으나, 국민의힘은 수색 시도를 고의로 보고 현장 CCTV 화면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등도 수색을 받았는지 확인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면서 경호팀은 야당 원내대표 신체 수색을 거칠게 하는 나라”라며 “야당 원내대표의 간담회 접근에도 ‘문리장성’이고 ‘재인산성’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게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며 “의회에 대한 모욕이고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해 몸수색을 당한 경위를 따졌다.

박 의장은 “검색 면제 대상이라고 청와대 경호실에서 다 확인하는데, 직원이 잘못한 것 같다. 경호실에서 한 일이지만, 국회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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