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매매 유도 등 내용 담겨 입주민-중개업자-실수요자 분란 조장
대구경찰청 "이해관계 얽혀 당장 수사 어려워…해결책 마련 고심"

대구 수성구 황금동 모 아파트에 허위매물, 가두리 영업 퇴출을 촉구하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수성구청.
투기과열지구인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단지에 붉은색 바탕의 현수막이 등장했는데, ‘아파트 가치 정상화 캠페인’이라면서 허위매물, 저가매매 유도, 가두리 영업을 퇴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입주자대표회 명의로 걸린 이 현수막에는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 전화번호까지 적혔다. 동구의 다른 아파트 단지에는 ‘우리 가치를 폄하 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현수막 10여 개가 걸렸는데, 집주인 인증 거부·허위매물 등록·거래완료 미표시 부동산 퇴출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모두 ‘집값’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들이 자신의 아파트 시세를 저평가한 채 집주인 의사에 반해 일정 시세 이하로만 매물은 내놓는 가두리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특정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이용하지 말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실거래보다 뚜렷하게 높은 가격으로 포털에 매물이 의뢰돼 기존 계약이 파기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수요자들 또한 추석 이후부터 갑자기 매물 가격이 수억 원 오른 점을 보면 입주민이나 외지 세력이 시세를 높이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14층 157.4㎡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은 9월 23일 기준 8억6500만 원이지만, 포털에는 10월 14일 기준 저층 아파트 매물 호가가 13억5000만 원에 달했다. 황금동 해당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수성구의 집값이 껑충 뛰는 상황에서도 우리 아파트의 가치는 저평가돼온 게 사실”이라면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중개업자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등 아파트 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공인중개사는 “일종의 시세 담합이 아니겠냐”면서 “집값을 시세보다 더 올리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인 수성구청은 황금동 모 아파트 입주민들의 현수막 게시 행위가 올해 2월 21일 신설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제33조(금지행위) 2항을 위반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누구든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 개업공인중개사 등에 대한 중개의뢰를 제한하거나 제한을 유도하는 행위, 시세보다 현저하게 높게 표시·광고 또는 중개하는 특정 개업공인중개사 등에게만 중개의뢰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다. 이런 시세 담합 행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수성구청과 현장조사를 벌인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이해관계 충돌에 따른 분쟁으로 보여서 당장 수사 착수는 어렵다”면서 “당사자 간에 고소·고발이 있으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수성구청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추석 이후부터 입주민, 중개업자, 실수요자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해결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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