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꿰뚫은 화살처럼
갸르릉 접속부사로 내리는 빗물
게다가그래도그래서그러나그러면그런데그러므로
날아와 심장에 얹히는 말처럼
누군가 먹고 버린 사과 뼈가 배수구에 걸려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가끔보통종종항상언제나때때로
다시 갸르릉, 물소린지 사과 소린지
부사 하나가 가슴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슬프다와 아프다 사이를 한 뼘쯤 띄고
외롭다와 괴롭다 사이를 한 발쯤 띄고
이 밤 그렇지만그리고더구나따라서오히려하물며하지만
이쪽과 저쪽 사이를 접속부사로 건너다가
축축하다와 서럽다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는다.
저렇게 버려지는 게 사과의 꿈은 아니겠지만
지구 저편 테러 폭발음이 심장을 두드린다
가슴 복판에 떨어지는
쿵,
한참을 올려다본다
휘청, 붉은



<감상> 사과 부사와 접속사 부사가 내 목에 걸려 잘 내려가지 않네요. 하지만 이쪽과 저쪽을, 그대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게 접속 부사이죠. “가끔 보통 종종 항상 언제나 때때로”가 쓰이는 부사는 어느 문장에 놓여도 통하게 되어 있죠. 끊임없이 부사를 구사하다 보면 어느새 징검다리가 생겨 그대와의 사이가 가깝게 느껴지죠. 사과 부사를 먹는 장면이 꼭 달이 태양을 잡아먹는 개기일식과 닮아 있죠. 하지만 사과가 버려지는 게 아니듯, 달은 한층 더 붉고 환하게 다가오죠. 그러면, 그래서, 언제나 그대가 내 가슴 한 복판에서 들끓게 되죠.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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