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검은 맨홀 구멍 속에는 또 하나의 검은 입이 있다. 겨우 내 몸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입구를 통과하고 나면 마주치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등줄기로는 땀이 뚝뚝 물줄기를 만들며 흘러내리고 있다. 내 몸의 땀방울이 물속으로 떨어져 동심원을 일으키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발 한발 사다리를 타고 바닥을 향해서 내려간다. 화공 약품이 처리된 콘크리트의 바닥에 장화의 끝이 닿자마자 습한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겹겹으로 얼굴에 씌운 검은 공업용 마스크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오랫동안 햇빛을 차단당한 물탱크 속은 오래된 시신을 안고 있던 관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들이 다시 땀구멍 속으로 일제히 숨어 들어가면 내 몸은 다시 건조해 진다.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내 몸속의 땀줄기들은 그렇게 지루하고도 위험한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어제 저녁에 내려와서 설치한 고압펌프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마지막 물 빨아들이기를 시도한다. 물탱크 안에 남아 있는 잔수는 모터가 빨아들이는 소리에 진저리를 치며 이제 배수작업이 완전히 끝났음을 알린다. 그래도 나는 물을 빨아들이는 호스를 차마 손에서 놓지 못한다. 아직도 내 망막에는 검푸른 물이끼들이 벌레가 되어서 벽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모습이 또렷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트륨액을 물과 희석하여 물탱크의 벽면 구석구석을 다시 한번 세차게 분사로 세척해 본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벽면에 붙은 물이끼는 그대로 남아 있다. 백사장의 바위틈에 어석어석 달라붙은 조개 딱지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손에 감긴 수세미로 물이끼를 닦아보지만 없어진 줄 알았던 물이끼는 금새 연기처럼 다시 살아나 벽면을 타고 징그러운 벌레가 되어서 햇빛을 쬐기 위해서 하늘로 일제히 올라가고 있다.

오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내가 이 방을 나간 지는 이미 두 달이 흘렀고 경찰에 수소문을 한지도 이제 보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땅으로부터 조금 내려앉은 반지하의 연립주택으로는 햇빛도 달빛도 그리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꿈속에서도 아내의 모습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내는 더 이상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완벽하게 내 곁에서 증발해 버린 것이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아내는 늘 발가락이 시리다고 말했다.

─ 이상해, 춥지는 않은데 발가락이 너무 시려

아내는 어느 날 부터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다며 겨울 양말을 몇 겹 씩 끼고 서야 잠을 잤다. 신열로 끙끙 앓아눕는 밤에도 발가락만큼은 웬일인지 춥고 시리다고 했다. 한 밤중에라도 몇 번씩이나 잠이 깨서는 발가락이 시리다고 잠을 뒤척이고는 했다. 아내의 정확한 진단명은 지간 신경종이었다. 의사는 특히나 두세 번째 발가락으로 연결되는 뼈 사이의 신경부위는 항상 맛사지를 통해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의 경우에는 걷고 있을 때 통증이 오지만 아내의 경우처럼 오히려 잠들기 전에 통증이 심해지는 건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 말을 덧 붙였다.

─ 자간 신경종은 맨발에도 양말을 신은 것처럼 먹먹한 느낌이 날거에요. 그러니까 모래를 밟은 느낌이나 발바닥 앞부분 쪽에 돌멩이나 동전 같은 이물질이 붙어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이상감각 현상의 진행 여부까지도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군요.

아내는 무척이나 낙천적인 여자였다. 아니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을 낙천적으로 보이려고 애를 쓴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아내는 충동적으로 길 거리를 지나칠 때 마다 두툼한 겨울 양말을 샀다. 아내는 하루 저녁에도 수십 번 씩이나 양말을 갈아 신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고 만 것이다.

─ 발가락이 이상해. 정말 이지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내 몸에서 뚝 떨어져 저만치에 있는 것 같아.

침대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아내는 누구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도 모를 말들을 중얼거렸다. 아내는 우리 부부의 인공수정이 최종적으로 착상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옷장으로 쓰던 방의 구석으로 숨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 없었다. 그것은 배우자간의 수정이 아닌 비 배우자간의 수정에 의한 방식이었다. 그것만이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최후통첩이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자신의 방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찰칵하고 잠기는 방문 자물쇠의 금속성 소리는 언제나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아내는 자신에게 지금 필요 한 것은 숨 쉴 공간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말한 숨 쉴 공간이 대체 무엇인지는 나는 알 수 없었다. 아내는 자신의 공간에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다 놓았다. 자신이 일하던 네일아트의 손님을 통해서 분양을 받은 것이었다. 검은 색깔에 목덜미와 배 부분만 흰색의 고양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턱시도를 입은 사람의 모습 같아서 고양이의 종류 역시 턱시도라 불리는 녀석이었다. 턱시도의 입주를 딱히 내가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처음 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던 날 녀석은 잔뜩 겁에 질리고 의심을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과 나 사이에는 적절한 타협이 필요 했다. 나를 보고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내거나 사나운 발톱을 세우지 말아라. 그럼 나도 너에게 하루 한 끼 정도의 먹이를 베풀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아내는 고양이가 자신의 발에 꼬리를 감고 있으면 잠이 스르륵 온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나의 정자 채취를 돕기 위한 포르노 잡지와 DVD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아내는 지금 밖에서 건강한 정자를 얻기 위해서 내가 이 방에서 겪어 야 할 수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인공수정으로 많은 아이를 낳았다는 이 병원의 과장된 홍보내용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성기를 손으로 만지며 발기를 시켜 본다.

─ 당분간은 술도 안되고 담배도 안되요. 그리고 당분간은 싸우나도 안되고 심한 운동도 안되요. 부부관계도 물론 참아야 되구요. 알았죠?

활력이 넘치는 정자를 얻기 위한 아내의 계획은 집요하기까지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 의욕은 도무지 꺽일 줄을 몰랐다. 나는 아내와의 약속을 뿌리 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사내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나와의 또 다른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 십여 회가 거듭 될수록 우리 부부는 함께 지쳐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자를 채취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사내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들이 점점 길어질수록 나의 자신감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 했다. 아내가 아이에 집착하면 할수록 나의 남성으로서의 자존심은 무너져 버렸고 그럴수록 나는 아내 앞에 점점 위축되어 갔다. 어쩌면 나는 이제 생식능력을 영원히 상실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 이걸 대체 언제까지 할 작정이야 당신은, 내가 거기에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기나 해? 아이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사는데 지장이 있어? 도대체 언제까지 날 이렇게 비참하게 할 작정이야. 당신이나 나나 서로가 할 만큼 했잖아.

─ 할 만큼 했다구요? 할 만큼 했다는 말은 내가 할 말이지 당신이 할 말은 아니에요. 우리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당신과 나 사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아내는 이제 나와의 잠자리 날짜까지 일일이 체크를 하며 정해진 날짜에만 그녀의 몸을 허락했다. 그녀는 나에게서 건강하고 활발한 정자를 채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배란기에 맞추어 집요하게 나의 갈비뼈를 파고들었다. 아내가 내 몸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나는 갑갑함을 느꼈다.

그날은 창문 너머로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반지하의 창문에는 겹겹이 쇠창살이 막혀져 있었다. 그때였다. 나는 어둠속에서 빛나고 있는 무엇인가를 보았다. 레몬빛의 발광채……. 턱시도 그 녀석이었다. 그 녀석이 불 꺼진 검은 방 안에서 우리 부부의 정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의 성기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나는 심한 열패감에 벌떡 일어나 형광등을 켰다. 그리고는 턱시도 녀석을 향해서 머리맡에 있던 책 한권을 집어 던졌다. 녀석은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저리 꺼져 개새끼야-

나는 왜 고양이에게 개새끼라고 고함을 쳤는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잘 모르겠다. 아내는 베개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턱시도 그 녀석과 함께 작은 옷방으로 숨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딸깍 거리는 금속성의 굉음을 들으며 아내가 숨어 버린 방을 향해서 그 개새끼 내가 꼭 죽이고 말거라는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집을 나왔다. 슬리퍼를 구겨 신고 내가 도착한 것은 아내와 자주가던 동네 길목길에 있는 횟집이었다. 횟집은 평소와 다르게 한산했다. 그 이유를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낮 동안의 정전으로 인하여 횟집의 물고기들 중 상당수가 폐사를 한 것이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먹고 있는 물고기들은 숨이 붙어 있어 생사가 확인 된 횟감이었던 것이다.

─ 이게 뭐 사실 곧 죽을 물고기들이지만 영양가는 뭐 거기서 거기에요. 숨도 아직 붙어 있는 놈들이고....다른 집들은 이런 사고가 나면 속이고 팔기도 하는데 우리야 단골 장사인데 그럴수가 있나요? 호호호

횟집의 여사장은 손님들 앞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안주감이 나오기도 전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횟집의 수족관에는 전에 없던 아크릴 투명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한 쪽에는 오늘 공수를 받았는지 받은 싱싱한 활어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고, 한쪽에는 이제는 움직임조차 감지하기 힘든 몇 마리의 물고기들이 물에서 떠오르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기를 반복 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물고기들은 옆구리를 하늘로 향한 채 물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이제 숨이 멎어가는 놀래미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머지않아서 놀래미는 날렵한 칼에 의해서 살점이 떼여 나가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보다도 몇 십 배, 몇 백배 더한 고통을 오늘 낮에 처음 겪었을 것이다. 점점 자신의 몸통과 아기미를 옥죄는 암흑 속에서 놀래미는 피를 토하듯 숨을 쉬었을 것이다. 갑자기 놀래미의 눈동자가 내 앞으로 스윽 다가오는 것 만 같았다. 놀래미의 눈동자가 마치 검은 블랙홀처럼 느껴졌다. 이 세상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일 듯이 놀래미의 동공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일어나 소주병을 꽉 움켜쥔 채 수족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놀래미는 마치 괴목처럼 눠워서 눈만 껌벅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수족관의 중앙을 소주병으로 내리쳤다. 퍽!퍽! 그리 요란하지도 않은 소리를 내며 깨진 건 수족관이 아니라 소주병이었다. 수족관 속의 놀래미는 그 소리에 놀랐는지 다시 한번 위로 부상하고 있었다. 나는 오른 쪽 발을 들어 수족관을 향해서 힘껏 내리쳤다. 하지만 나의 발길질은 허무하게도 허공 속에서 헛발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바닥의 물기로 인하여 나는 제대로 발길질도 호기롭게 하지 못하고 놀래미마냥 바닥에 웅크리는 신세가 되었다. 횟집 주인과 술을 마시던 사내들이 나를 압박해 들어왔다. 나는 술에 취해서 허망하게 포박을 당하고 칼에 사정없이 난도질당한 놀래미마냥 맥없이 축 늘어졌다.

새벽녘에 집에 들어 왔을 때 아내는 자신이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이 아내의 첫 번째 증발이었다. 아내는 그 이후로도 쪽지를 남기며 하루 혹은 이틀짜리 외박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내게는 미운 개새끼가 되어버린 고양이 턱시도가 남겨졌다.



아내와 처음 만나던 날 아내는 불쑥 내가 운영하던 스크린 사격장의 손님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해고가 되고 제일 먼저 바뀐 건 집이였다. 아내를 만나기 전부터 살고 있던 임대 주택이었지만 다달이 연체되는 상환액을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뛰어든 스크린 사격장으로 퇴직급여마저 날려 버렸을 때 내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을 담보로 대출 할 수 있는 돈이 더 이상 없어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날 초저녁부터 간판 불을 내리고 혼자 깡소주를 마셨다. 빈속에 들이부운 술에 취기가 갑자기 머리끝까지 한꺼번에 치고 올라왔다. 나는 일어서서 모형 총기를 잡았다. 스크린에는 강 주변에 서식하는 조류들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모래톱과 습지 위에는 고요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긴장되는 음악 소리에 맞추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멈추고 내 앞으로 다가 올 타켓에 집중 했다.

탕! 탕! 탕! 세발이 연속으로 발사되었지만 스크린 속의 새들은 모두 먼 곳으로 달아났다. 소실점이 되어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새들을 바라보며 주인도 몰라보는 의리 없는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기가 발동 했다. 철컥! 나는 다시 총을 장전하고 갈대숲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바로 저놈이다! 검은 갈색의 날개를 퍼덕이며 강가를 유유히 거니는 독수리 한 마리를 타켓 위에 정확히 올려놓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자는 입장 요금을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익숙한 솜씨로 클레이 사격 총을 쥐고 스크린 앞에 섰다. 넓은 스크린의 들판 위로 목표물인 피존이 새 한 마리처럼 날아올랐다. 그녀는 침착하게 고속으로 날아가는 목표 들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사격을 하였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그렇게 완벽한 슈팅 솜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여자는 아담한 체구에 버겁게만 여겨지는 클레이 장총을 한쪽 어깨에 거취하고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여자는 클레이 사격이 끝나고 이번에는 더블타켓 스크린으로 이동 해 고정기록 사격을 했다. 그녀의 스크린 사격 솜씨는 아주 수준급이었다. 갑자기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오늘이 가게의 폐업 날이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몇 달 전 가게의 개업식에 왔었음을 알렸다.

─ 몇 달 동안 매일 같이 사격장에 왔었는데……. 제가 쳐다보는 걸 모르셨어요?

─ 예? 저를요?

─ 그렇게 관찰력이 없으시니까 총을 못 쏘고, 총을 못 쏘니까 사격장도 망하죠.

─ 네?

그녀는 스크린 사격장의 바로 건너 편 위층에서 네일 아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두어 평의 작은 공간 위로 천막 같은 것이 쳐 있었다. 따로 칸막이나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임시로 세를 내고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있는 곳에서는 항상 우리 가게가 정면으로 바라보였다. 가게에 선팅을 해놓지 않았기에 그녀는 항상 스크린 사격장의 내부를 바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 처음에는 엄청 거슬렸어요. 손님 손톱에 집중해야 하는데 눈앞으로 숲속의 동물들이 어슬렁 거리더라구요. 날짐승부터 포유류, 맹수까지 아주 없는 게 없더라구요. 하루 종일 무슨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도 아니고, 하하, 선팅 좀 해달라고 몇 번씩 계단을 내려가다가 참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동물들과 타켓들이 점점 머릿속에 또렷이 남는 거예요. 어느 날 보니, 제가 그 움직이는 타켓들을 향해 저도 모르게 조준을 하고 있지 뭐에요?

스크린 속의 동물들과 타켓들을 바라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것이 그녀를 특급 사수로 만든 것 같았다. 그녀는 여기도 자신의 가게처럼 너무 썰렁하다며 이 지역의 상가들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 다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상가도 죽고, 아무리 물을 주어도 화분도 말라죽고, 결국 여기있는 우리도 말라서 죽을 거예요.

그녀는 이 일대의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소멸해가고 있는데 유일하게 생명력을 잃지 않은 곳은 밀림과 수풀과 동물들이 출현하는 우리 사격장이라고 말했다. 그녀와 나는 우리만큼은 여기에서 죽어 나가지 말자며 서로에게 우스꽝스러운 격려를 하며 술을 마셨다. 그녀는 한잔씩 비울 때 마다 이제 또 한잔만 더 들어가면 내장이 타 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우린 서로를 끌어안았다. 내가 먼저 그녀를 안았는지 그녀가 먼저 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우린 수혈이 필요한 위급환자들처럼 서로의 체온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다 말라서 죽어간다는 그녀의 몸속은 오히려 따뜻한 습지처럼 느껴졌다. 스크린 속의 새들은 하늘을 향해서 날다가 다시 강둑의 갈대밭으로 돌아와 습지를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한참을 배회하던 비둘기와 꿩이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다시는 날아오지를 않았다. 어디선가 심란하게 울고 있는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는 자작나무를 타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바람소리가 무서운지 그녀는 내 품속을 파고들었다.

아내가 나에게 두고 떠난 유일한 유산인 고양이 턱시도는 주인을 잃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다시 주인을 만난다는 일에 대해서 체념을 한 것 같았다. 조금만 인기척에도 라면 박스 속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던 녀석은 이제 웬만한 소음에도 자신의 공간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일을 치루고 나서 확실히 턱시도는 변한 것 같았다. 고양이의 수술을 집도한 고등학교 동창생인 K는 거세 수술을 하면 고양이가 짝을 찾기 위해서 방랑하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외상을 입거나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 수컷은 발정기 때 자기 영역 표시를 하거든, 그러니까 요즘 집에 아주 지린내가 진동 할거다. 수술하면 방뇨벽도 없어지고 성격도 온화해 지니까 다시 아기 고양이를 키우는 기분이 들거야. 요즘은 머 개나 고양이나 대부분 거세 수술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으니까

최근 들어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밤이나 낮이나 울어 대는 턱시도 때문에 나는 턱시도의 거세를 결심했다. 이층의 주인집 여자도 수험생인 아들이 공부에 집중이 안 되니 애완동물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 해 달라고 말했다. 세입자에게 그건 방을 빼라는 위협적인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었다. 방 안 곳곳에 스며든 지린내도 물론 고역이었지만 무엇보다 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 너 혹시 정신사라고 들어보았냐?

K는 턱시도의 수술을 집도하다 말고 갑자기 내게 물었다.

─ 정신사? 정신과 의사의 줄임말이냐?

─ 명. 청시대 타이짼에 대해서는 들어봤지?

─ 내시 말이야?

K는 자신의 본업이 수의과 의사인지 아니면 애완동물을 거세하는 사람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타이짼(태감)은 수염과 목 젓이 없어서 말을 할 때는 마치 여인처럼 들려서 중성인간으로 불렸다고 K는 말했다. 서민 출신인 사람이 태감이 되기 위해서는 고참 태감의 추천서가 있어야 했는데, 그 추천서를 바탕으로 거세가 이루어졌다고. 남성의 거세를 하는 것을 궁에서는 정신이라 불렀다고 K는 말했다. 정신사는 거세할 동자와 대리인 부모와 함께 문서를 썼는데, 시술 중 혹여라도 발생 할 수 있는 책임 소지를 일절 정신사에게 묻지 않기 위한 문서였다는 것이다. 정신사는 나중에 이 계약서 덕분에 자신이 시술한 동자가 크게 벼슬길에 오르게 되면 함께 한 몫을 단단히 얻을 수 있었다고 K는 말했다.

─ 그런데 말이야, 난 무엇을 위해서 동물들의 거세 수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정신사는 앞으로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거세를 하지만 난 오늘 너한테 얻어먹을 소주 한잔을 위해서 거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야…….

K는 평소와 다르게 쓸쓸한 모습으로 돌아서서 손을 한번 흔들고는 네온사인 속으로 사라졌다.

구름에 슬쩍 가려져있던 초승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불현 듯 K가 말한 거세를 위해서 사용 했다던 시퍼런 칼사위가 떠올랐다.

─ 이 거세도 말이야 순금하고 순동합금으로 만든 칼만 썼다는거야. 살균과 감염 예방을 위해서 말이지. 거세를 할 때 또 한 가지 필수 도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삶은 계란이었어.

─ 삶은 계란은 왜?

─ 거세를 당하는 동자가 혹시라도 고통에 혀를 깨물까봐 입에 넣어준 거지.

지난 몇 개월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내 대신 비명횡사를 한 동료의 죽음이었다. 그날은 유리공장의 물탱크 청소가 잡혀 있는 날이었다. 이미 달포 전부터 잡혀진 일정이었기에 전날 저녁부터 장비를 차에 싣고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갑자기 자신의 생리 날이 불규칙하게 변했다며 오늘 꼭 병원을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배란 유도제나 과배란 주사 없이도 자연 임신이 가능한 날이기 때문에 가장 상태가 좋은 난자가 배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쩌면 과학적이기도 한 그녀의 말에 부득이 다른 동료에게 스케줄 조정을 부탁 할 수밖에 없었다. 류였다. 힘이 좋아서 청소나 소독 약품을 뿌리기전에 물탱크에서 물을 빼는 일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류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중인 학생이었다. 류는 비번인 날에 기꺼이 내 대신 유리공장의 물탱크 속으로 잠입해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가스 질식이었다. 유리공장에서 쓰이는 질소가스가 물탱크 속으로 스며든 것이었다. 류는 그렇게 검은 물밑에서 젊음을 마감했다. 나는 류의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은 채 한동안 일어설 수가 없었다.

아내를 잡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내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기에 어쩌면 아내가 떠났을 때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내가 떠나던 날 이 방의 풍경을 기억한다. 아내는 류의 사고 이후로 한동안 인공수정을 잘하기로 소문 난 새로운 병원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집요한 아내의 욕망을 안다. 아내는 절대 자신의 신념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날 이른 아침부터 아내는 냉장고를 청소하고 있었다. 아내는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오늘 아내가 만약 또 다른 병원을 방문하자고 했다면 나는 아마 이 방문의 문을 있는 힘껏 때려 부수고 화난 병정처럼 나갔을 것이다.

─ 이봐 난 실험실의 쥐가 아냐.... 더 이상 날 당신의 실험도구로 쓸 생각 하지마. 그리고 이제 당신과 갖는 의례적이고 건조한 섹스는 하지 않을거야

나는 그녀에게 할 호기로운 말까지 차분히 이미 준비해둔 상태였다. 냉장고에서 경고음이 삐삐 거리며 울어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아내는 냉장고 안의 찬기들과 식품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냉장고 청소를 끝낸 아내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부엌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와 접시들이 부딪치는 소리들이 적막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내의 고양이 턱시도가 설거지를 하는 아내를 향해서 슬금슬금 다가가더니 아내의 발밑에 꼬리를 감았다. 그 모습을 보자 어쩌면 아내가 잠이 들 때면 턱시도가 와서 자신의 발을 감는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숨 막혀 죽겠어. 저리 꺼져버려!

아내는 자신의 발에 꼬리를 감고 누운 고양이를 발로 세게 찼다. 느닷없이 주인에게 발길질을 당한 턱시도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살던 박스 속으로 쏜살같이 숨어들었다.

─ 더 이상 가짜 울음소리를 내지마 ! 나를 위해서 우는 척 말고 너를 위해서 울란 말이야!

아내가 턱시도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그것도 아니라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수수께끼 같은 말로 소리치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울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본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후 나는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류의 사고 이후로 불면에 시달리다가 일주일 만에 아내의 가출을 앞두고 느낀 수면욕이었다. 충혈 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아내는 집에 없었다. 아내의 부재는 간혹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지금의 순간처럼 나를 완벽하게 떠났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햇살이 빠져 나간 방바닥을 힘겹게 짚고 일어났을 때 컴컴한 암흑 속에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가 있었다. 어둠속에서 레몬빛으로 발광하는 턱시도의 눈이었다.

턱시도가 웬일인지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거세 이후로 눈에 띄게 얌전해 졌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아기처럼 울지도 않았고, 오줌을 지려가며 영역 표시를 하지도 않았다. 이제 막 갓 태어난 얌전한 고양이처럼 고분고분 내 옆으로 다가왔다. 변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식욕도 줄고 사납던 동물적 본성도 어느 사이인가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는 새로운 자신의 주인으로 나를 충실히 섬기겠다는 듯 밤이면 나의 발에 꼬리를 감으며 잠을 자는 날도 있었다. 그야말로 애완동물로서 손색이 없게 놈은 변해 있었다.

지리 했던 장마가 끝나자 그동안 밀려 있던 작업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했다. 아침부터 일감을 독려하는 전화가 작업반장으로부터 걸려 왔다. 녀석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아마도 귀여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꼬리를 내 발에 냉큼 감을 것이다.

한발 한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오늘 작업 하는 물탱크는 용량과 부피가 상당해서 다른 때 보다 더 많은 인부들이 투입이 되었다. 일반 주택이나 작은 아파트 옥상에 있는 대개의 노랗고 파란 소형 물탱크의 작업은 힘은 부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동물적인 민첩성이 요구된다. 오랫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수면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럴 때는 빨리 그 공간속으로 스미듯 들어가 후각을 마비시켜야 한다. 처음 물탱크 청소 작업을 시작 하던 날 코 속에 남아있던 썩은 물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욕지기가 내장부터 시작해서 요동치더니 순식간에 위액을 타고 넘어 왔다. 새벽에 냉장실에서 꺼내 먹은 차가운 김밥을 작업장 밖에 몇 번이고 토해 낸 다음에야 가라앉았다. 지금도 물탱크 청소를 하면서 가장 힘든 건 바로 고여 있는 물, 흐르지 않는 물과 만나는 것이다. 코끝을 향해서 스멀스멀 연기처럼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물 냄새를 빨리 지우기 위해서는 먼저 미끌거리는 장화에 단단히 바짓단을 넣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요란한 모터의 굉음 속에서도 기어코 고여 있는 잔수 속에 내 온몸의 땀구멍을 빨리 열어 놓아야만 나는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물탱크의 내부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정글짐이 배수 조절을 위해서 곳곳이 설치되어 있었다. 부피가 커서 오늘은 힘이 덜 들 줄 알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모든 작업은 보강용 구조물인 정글짐에 올라서 균형을 잃지 않는 숙련된 기술과 요령이 필요했다. 정글짐을 옮겨 다니며 벽면과 보강 구조물에 달라붙은 묵은 때를 브러쉬와 쑤세미로 일일이 떼어 내었다. 류의 사고와 지루한 장마로 침체되어 있던 우리팀은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것 같았다. 류를 대신해서 들어온 사람은 힘 좀 깨나 쓸법하게 생긴 몽골 청년 이었다. 그는 자기의 이름을 자르갈이라고 소개를 했다. 자르갈은 몽골말로 행복이라고 했다. 자르갈은 동생인 설렁거와 함께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들어왔다. 설렁거는 그들의 말로 무지개라는 뜻이었다. 주로 잔류 염소나 PH를 측정하는 J가 자갈과 설렁탕 형제가 한국에 왔다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아직 자갈도 설렁탕의 뜻도 잘 모르는 자르갈은 하얀 이를 가지런히 드러내며 자르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와 아주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비를 가득 실은 차는 먼지를 풀풀 날리며 우리가 새로 작업 할 물탱크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치 물탱크가 거대한 폐선처럼 느껴졌다. 폐선의 바닥을 향해서 나는 심해의 잠수부가 되어서 아래로 내려갔다. 폐선의 바닥에는 손만 대면 바스러지고 훅 불면 날아갈 것 만 같은 먼지와 이끼들이 자욱해 보였다. 나는 또 한 번 올라오는 욕지기를 참으며 내 몸을 아래로 침전 시키고 있었다. 회항 할 길을 잃어버린 폐선은 마치 유령선처럼 차가운 냉기가 돌았다. 호흡을 잠시 멈추고 폐선을 밝힐 알전구라도 찾는 것처럼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모터의 물이 완전히 빠질 때 까지 호흡을 완전히 멈추고 싶었다. 마침내 모터의 물 빠지는 소리가 작업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사다리를 타고 폐선에서 귀환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옥상의 작은 원통 PVC 물탱크 청소였다. 역시나 입구가 좁은 것이 문제였다. 낮은 포복으로 물탱크의 끝까지 기어 갈 수밖에 없었다. 벽면과 최대한 밀착 했다. 온 몸의 땀구멍이 열리고 있었다. 푸른색의 원통 PVC는 벌써 물기가 햇빛에 말랐는지 마찰력이 상당했다. 한발 한발을 밀며 앞으로 나갈수록 팔꿈치와 무릎팍이 모두 쓸리는 것 같았다.

이제 조그만 더 가면 된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으로 움직이자 마침내 막다른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는 검은 물이끼의 뭉치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마도 지난번의 물청소를 어느 작업자가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이다. 한발 한발 다가갈수록 검은 물이끼의 형태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검은 물이끼를 잡으려고 내가 손을 뻗는 순간 반짝 빛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검은 고양이의 눈동자였다. 고양이 한 마리가 축축하게 젖은 채로 한 구석에서 눈을 뜨고 죽어 있었다.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 고양이는 거세를 당한 아내의 턱시도, 아니 나의 턱시도였다. 또 한 번 역겨운 욕지기가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구토를 참으며 고양이의 생식기를 살피기 위해서 고양이를 뒤집었다. 검은 고양이의 하얀 배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녀석은 나의 눈동자를 피하지도 않고 또렷하게 나를 위압적으로 노려다 보고 있었다. 그때 턱시도 녀석의 울부짖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검은 방을 조금씩 기어나가기 시작 했다. 어느덧 턱시도의 울음소리가 검은 방 안에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방향을 잃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들숨과 날숨을 한꺼번에 몰아쉬고 있었다.

홍성표(남·51) 충남 천안시 동남구한양대 문화콘텐츠학 박사수료문학과 경계 시나리오 당선
홍성표(남·51) 충남 천안시 동남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 박사수료
문학과 경계 시나리오 당선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