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경북·대구 기초의회, 전반기 내내 '자질 논란' 잇따라
처벌·징계에는 제 식구 감싸기…자정 능력마저 상실했단 비판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경북 284명·대구 116명 등 400명 기초의원이 탄생했지만 뇌물공여, 공직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성희롱 의혹 등 법 위반과 각종 논란이 일면서 기초의회의 민낯이 드러나 지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등 의결 기관의 의장이 회의 개최·의안 상정·가결·부결·폐회 등을 선언할 때 사용하는 ‘의사봉’, 지역민에게는 파수꾼 역할을 하며 의사봉을 쉽게 내려칠 수 없게, 의사봉을 무겁게 만들어 주는 지방의원이 필요한 때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2018년 6월 13일 경북·대구에서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400명(경북 284명·대구 116명)의 기초의원이 탄생했다. 지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고 자처한 이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소수 계층이 다수의 민중을 지배하는 것을 지양하고, 평범한 민중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지역 공동체와 지역민 실생활을 변화시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다. 지역민이 선출한 400명의 시·구·군의회 의원이 500만 명의 주민과 소통하며 가꿔가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3면

지방선거 이후 2년이 넘은 지금 상황은 어떨까. 한 마디로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는 전반기 의장단 구성부터 파행을 거듭하며 한 달여 동안 원 구성을 하지 못한 달서구의회가 ‘감투싸움’에 이어 각종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고, 경북에서는 예천군의회가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해외연수 과정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접대부를 요구하는 등 독보적인 ‘추태’를 보였다. 특히 일부 기초의회는 논란을 일으킨 의원에 대한 처벌과 징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자정 능력’마저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상실됐다’, ‘지역민의 의견을 의정활동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견제·감시하는 데 잔뼈가 굵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경북·대구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파수꾼’을 쉽사리 꼽지 못했다. 5분 자유발언이나 구정 질의, 조례제·개정 등 개인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힘쓰는 일부 지방의원이 거론됐으나 소속된 의회(공동체)의 부족함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나 지자체의 미흡한 정책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지적·개선하는 이들을 좀처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기초의회가 달라질 수 있을까. 서울 구로구의회 재선 의원인 정의당 김희서 구의원은 지난 7대 의회에서 이를 증명했다.

김 구의원은 2014년 당시 구의원 개인사무실을 만드는 용도로 책정된 3억 원 이상의 예산을 ‘비상식적인 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부족해 지역 내 한 중학교에서 책상을 바꾸지 못하고, 다른 학교에서도 사물함을 교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예산을 돌리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구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면서 15대 1의 싸움이 이어졌다. 구의회에서 역부족임을 깨달은 김 구의원은 주민과 소통했고 여론이 형성돼 결국, 구의원 사무실 조성 예산은 전액 삭감돼 교육·복지 예산으로 사용됐다.

김 구의원은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주민이 ‘의회에서는 15대 1이라도 의회 밖에서는 43만(구로구민 수) 대 15의 싸움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며 “주민이 직접 여론을 모아주고 구의원과 구청장을 압박하고, 기초의원을 좌지우지하는 국회의원까지 이야기가 전달돼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명만이라도 주민과 잘 소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를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북·대구 지역민에게 “구의원 나부랭이 필요 없다고 해도 어차피 수십억 원의 예산은 쓰인다”며 “감시하는 역할에도 주민이 필요하다.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초의원을 공천한 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뿐만 아니라 문제 발생 시 확실한 징계로 기초의회의 자정작용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초의원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천을 한 정당은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고, 시민에게는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책임정치”라며 “징계방식도 기초의원으로만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아닌 외부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적절한 징계를 내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