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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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는 One57 빌딩, 타임워너센터, 15CPW 등 한 채에 1000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들이 있다. 이 곳에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같은 거물급 금융계 인사나 덴젤 워싱턴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산다. 이들 아파트에는 관리인이 따로 있고, 구내 음식점과 룸서비스, 쇼핑 대행은 물론 골프 연습을 위한 퍼팅 그린, 야구 타격 연습장까지 갖추고 있다.

성공한 사람이 아름다운 아내를 얻는 것을 우승자가 들어 올리는 트로피에 비유해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고 하듯이 이들 아파트도 성공과 부의 상징이라는 뜻으로 ‘트로피 아파트’라 부른다. 그야말로 ‘물욕의 상징’인 이들 아파트는 극히 일부 세계적인 부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환상 속 아파트’다.

그런데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서울 아파트도 ‘환상 속 아파트’라고 한다. 지난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에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의 최신 아파트에 살면서 고통받는 무주택자들에게 ‘아파트는 꿈도 꾸지 말라’는 투의 염장 발언을 한 진 의원을 네티즌들은 ‘빵 없으면 케이크’라고 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 ‘마리 진투아네트’라 한다.

민주당과 정부가 제시한 ‘호텔 개조 전·월세’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자 이를 방어한다고 나선 일부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은 “여인숙에서 1~2년 사는 분들도 있다. 뜬금없는 정책 아니다”고 했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와 비슷하다”는 공감 제로의 방어논리를 펴 비난을 자초했다.

24번에 걸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는 맨해튼 아파트처럼 진 의원의 말대로 서민이 꿈꿔서는 안 되는 ‘환상 속의 아파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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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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