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수원 설립·윤리위 외부 인사 도입으로 자질 개선
시민단체·학계, 풀뿌리민주주의 정착 다양한 의견 제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경북 284명·대구 116명 등 400명 기초의원이 탄생했지만 뇌물공여, 공직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성희롱 의혹 등 법 위반과 각종 논란이 일면서 기초의회의 민낯이 드러나 지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등 의결 기관의 의장이 회의 개최·의안 상정·가결·부결·폐회 등을 선언할 때 사용하는 ‘의사봉’, 지역민에게는 파수꾼 역할을 하며 의사봉을 쉽게 내려칠 수 없게, 의사봉을 무겁게 만들어 주는 지방의원이 필요한 때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속보=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끌어야 할 경북·대구 기초의회 곳곳에서 자질 논란(경북일보 11월 24일 자 1·3면)이 끊이지 않자 ‘지방의원 공공연수원 설립’과 ‘의회 윤리위원회 외부 인사 도입’ 등 각종 개선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정당의 철저한 자질 검증과 기초의원 역량을 자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계속된 지적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서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기초의원의 자질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며, 그동안 생각해왔던 다양한 의견을 경북일보에 전했다. 관련 기사 3면

특히 전문가 의견 가운데 지방의원을 위한 공공연수원 설립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모든 교육을 공공연수원에서 진행해 전국 지방의원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면서 정치적 역량을 쌓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질 논란 외에도 지방의원들이 역량 강화와 선진지 견학을 목적으로 국내·외 연수를 떠나면서 ‘외유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점을 고려하면, 공공연수원은 외유성 논란 없이 기초의원의 역량을 높이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시설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일탈행위를 한 지방의원에 대해 징계 수위를 높이거나 한층 강화된 지도·감독으로 지역민에게 진정한 ‘책임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된다. 기초의회에서 자질 논란이 일 때마다 나온 비판이다. 하지만 ‘고무줄 징계’, ‘봐주기식 징계’라는 논란은 이어졌다. 기초의원에 대한 징계 규정이 정당별로 다른 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도당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징계사유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당명에 불복하고 당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하였을 때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음에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에 불출석하였을 때 등 4가지다. 해당 행위라는 판단 자체에 객관성이 부족하고, ‘당의 발전에 지장을 주거나 위신을 훼손하는 행위’ 또한 당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게다가 국회의원을 제외한 선출직 공직자 모두 당원으로서 윤리위 심사를 받아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형평성이 어긋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민주당은 기초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징계사유로 △직권남용 및 이권개입 △자신 또는 배우자의 민법상 친인척 보좌진 채용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사실상 고용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급여 환수·후원금 등 부당 금전 수수 △이해충돌방지 및 회피 의무 불이행 △기타 공무 수행에 있어 심각하게 품위를 훼손한 경우 등 6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당원·당직자의 징계 사유 8가지를 포함하면 기초의원의 징계 사유는 총 14가지다. 국민의힘보다 징계사유가 구체적이고 다양하지만,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등 일부 항목은 여전히 시·도당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기초의회의 발전 방안에 대한 각자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이상적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인 정당의 ‘자질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통된 의견을 내비쳤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줄을 잡아 정치권에 들어서는 인재등용 시스템이 자질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지연과 학연, 사적인 모임 관계에서 연줄이 작동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질이 없는 사람에게 연줄이 닿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역사 앞에서 사명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눈치를 보지 않고 가진 소신을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정치판에 작동되고 있는 연줄 문제에 정당들이 자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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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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