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가덕도신공항’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쪽박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왜 이 모양일까. 친박·비박 싸움이 조용해진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집안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용으로 던진 ‘가덕도신공항’ 미끼를 국익보다 표 계산을 먼저 한 부산출신 의원들이 덥석 물고 요동을 치고 있다. 민주당은 “그럴 줄 알았다, 고맙다”며 국민의힘 내분에 불을 질렀다.

하태경, 박수영 의원 등 부산지역 국회의원 15인은 지난 20일 공동발의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민주당에 앞서 국회에 제출했다. 그것도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나라는 생각지 않고 선거만을 위해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면 안 된다”며 “지도부와 논의 없이 특별법을 제출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침묵 자체가 이 문제를 추인해주는 모양새로 보인다. 당내서는 “지금이야말로 김 비대위원장의 리더쉽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TK지역 국민의 힘 의원들은 속이 부글거린다. 공개적으로 비난은 삼가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소명으로 당명까지 ‘국민의힘’으로 만든 당이 김해신공항 건설비 4조 원의 두 배가 넘는 10조 원 안팎의 건설비가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앞장선 이유는 단지 표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 수조 원이 추가 투입되는 사업에도 앞뒤 가리지 않는다. 표만 되면 부나비처럼 행동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됐던 동남권신공항 계획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논란이 계속돼 왔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타당성 검토를 공항 설계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기관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했었다. 이 검토에서 가덕도는 1000점 만점에 총점 619점으로 김해신공항(805점)과 밀양신공항(686점)에 크게 뒤진 꼴찌였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진행한 동남권신공항 입지 평가에서도 경쟁지 밀양에 밀렸었다. 결국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최종적으로 결론이 났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재검증에 들어갔고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설치됐다.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김해신공항안 재검토’라는 발표를 했고 민주당은 맞장구를 치듯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건설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덕도특별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26일 사업비 10조원,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2030년 개항 목표를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은 민주당에 뒤질세라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가덕도신공항 지원위원회’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안’을 발의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이 법안은 ‘새로이 가덕도에 건설되는 공항’이라는 입지까지 특정했다. 대구시당위원장 곽상도 의원은 “전문가들이 ‘신의 한 수’라며 김해 신공항 확장안을 이미 결정한 것을 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이 결정을 번복하는 민주당 행동에 동참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불쾌해 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중 한 명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가덕도신공항은 남부권 전체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부산지역 자당 의원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정치권과 대구·경북지역에서 크게 논란이 되자 “김해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던 검증위원장은 최근 “김해신공항을 못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발을 빼는 말을 했다. 그는 “우리는 가덕도의 ‘가’ 자도 논의 한 적이 없다”며 “역사의 죄인, 정치권의 앞잡이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권력의 힘에 얹혀 상황에 따라 학자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나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해 놓고 표 계산을 앞세운 일부 정치인들의 위선적 행위를 국민은 모를 리 없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하지 말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대의에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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