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대구본부 취재부장.

기자의 근무시간은 24시간이라고 배웠다. 사람 만나 밥 먹는 것도 일이라 여겼다. 선배 기자들은 돈 많이 벌고 남들 쉴 때 쉬고 싶으면 ‘기자 하면 안 된다’고도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주 52시간 제도가 대기업부터 언론사까지 시행되고 있지만, 기자처럼 여전히 ‘쉴 권리’를 스스로 유보 하는 경우도 많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사를 쓰면서도 정작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 2·28연구원 연구위원인 안도헌 박사가 2·28 민주운동 결의문에 담긴 ‘일요일 등교 거부’에 대해 ‘쉴 권리’ 주장이라는 재해석을 내린 논문을 내놨다. 2·28민주운동은 대구의 고교생들이 정·부통령 선거 야당 유세장에 청중 접근을 방해하기 위해 강제한 일요일 등교 지시에 강력하게 반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다. 6일 동안 모이고 쌓인 피로를 푸는 날, 살기 위해 만든 휴일을 빼앗길 수 없다는 주장이 담겼다. 근로기준법이 37년 뒤에나 제정된 점을 생각하면 인간의 기본권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깊은 의미를 담은 진보적 주장이다.

헌법을 자세히 뜯어보니 ‘휴일권’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과 대통령령에 의존하고 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에도 ‘쉴 권리’가 빠져 있다.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문이 파생적으로 활용될 뿐이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인간이 생존해 나가기 위한 현명한 조치인 ‘휴일’과 그 휴일에 ‘쉴 권리’를 헌법 규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안 박사는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전문에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을 표기해야 한다. 60년 전 대한민국 최초로 ‘쉴 권리’를 주장한 2·28민주운동 결의문을 근거로 한 ‘휴일권’을 헌법 규정으로 명문화 하는 노력이 이제 시작돼야 한다. 
 

배준수 대구본부 취재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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